미국 반덤핑 제소 부추길 법안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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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반덤핑 관세를 매겨 거둔 세금 수입을 제소자에게 나눠주도록 하는 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해 한국 등 미국과 교역이 많은 나라가 걱정하고 있다.

미국 하원은 지난 11일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해 조성되는 재원을 이해 당사자인 제소자에게 분배토록 하는 조항을 포함한 반덤핑.상계관세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로버트 버드 상원의원(민주당)이 제출한 이 법안(버드 수정안)은 오는 18일께 열릴 상원 심의에 부쳐질 예정이다.

문제의 법안에 대해 미국 행정부는 교역 상대국의 반발이 예상되고 시행하기 어렵다며 곤란하다는 입장이지만 입법화 가능성이 크다고 한국무역협회가 분석했다.

이 법안은 ▶올 회기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심의해야 하는 내년도 예산지출법안에 포함됐고▶미국 의원들이 회기를 빨리 끝내고 11월 대통령 선거에 전념하고 싶어하는 분위기여서 충분한 검토와 심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원에서 수정 없이 통과할 경우 임기 말인 클린턴 대통령도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려울것으로 예상된다.

버드 수정안이 시행될 경우 미국 업계는 ▶경쟁국 기업의 관세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고▶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어 반덤핑 제소 등을 많이 할 가능성이 크다고 무역협회는 진단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유럽연합'(EU)'.일본 등은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규범에 위배된다며 철회해야 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무역협회 박진성 통상지원과장은 "미국에서도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고 새 정부가 징수한 국고 수입을 이해 관계자에게 나눠주는 데 미온적일 것으로 예상돼 내년에 출범할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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