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메달보다 빛난 감동의 투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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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이번 부산 체전에는 참가에 의의를 뒀지만 다음 천안 체전부터는 저를 주목해 주십시오. "

지난 14일 체전 양궁 경기가 열린 을숙도 체육공원에서 오교문.김청태 등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보다 더 많은 박수를 받은 선수가 있었다.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한 양궁 남자 일반 개인종합에 휠체어를 탄 채 출전한 권현주(33.대전 장애인협회). 전 종목(30, 50, 60, 70m)을 마친 결과는 결선 진입 실패. 그러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권현주는 승리감으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1991년 군에서 당한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권이 활을 잡은 것은 4년 전. 운동량보다는 정신 수양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그러나 양궁은 장애인들에게는 생각보다 힘든 운동이었다.

하체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세로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과녁보다 낮은 위치에서 쏘기 때문에 조준을 하는 데도 배나 힘이 들었다.

권현주는 연습장에서 어깨 너머로 배우고,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양궁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열심히 활을 쏘는 권을 눈여겨본 박상도(대전시청)코치가 틈틈이 체계적인 훈련방법을 가르쳐줬다.그 결실로 98년 방콕 장애인 아시안 게임에서는 개인종합 8위에 올랐다.

권은 "몸이 불편해 마음마저 나약해질 수 있는 장애인들에게 양궁은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할 수 있는 좋은 운동" 이라며 양궁 예찬론을 피력했다.

권현주의 꿈은 미국의 시각 장애인 여자 육상 스타인 말라 러년처럼 자신의 불편함을 실력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부산=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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