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ASEM 축하공연 지휘맡은 김홍재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조선적(朝鮮籍)재일동포 지휘자 김홍재(金洪才.46)씨가 오는 2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의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축하공연을 지휘하기 위해 13일 서울에 도착했다.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그동안 서울 공연을 여러번 제의받았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연주에 임박해서 초청이 취소되곤 했기 때문입니다. "

金씨는 고베(神戶)근교의 효고(兵庫)현 태생으로 부모는 민족학교(조총련계 학교)의 교사였다. 도호(桐朋)음대에서 세계적인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를 사사했으며, 1979년 도쿄 국제지휘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했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을 객원지휘하기도 한 그는 지난 6월 도쿄(東京) 미다카(三鷹)시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찬우(50)씨와 함께 통일 음악회를 열었다.

" '조선적' 은 한일협정 이후에도 국적 선택을 거부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언젠가 조국이 하나가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죠. 한국에서는 북한 국적이나 조총련계로 오해받았고 일본에서는 무국적자로 해외여행도 어려웠습니다. "

金씨는 '무악(巫樂)' '서주와 초상'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적 무곡' '교향곡 제2번' '현악기를 위한 융단' 등 윤이상 음악의 일본 초연을 지휘했다.

"재일동포를 중심으로 한 교향악단을 만들어 2002년 월드컵에 즈음해 한반도와 일본에서 음악회를 지휘하는 것이 꿈입니다. "

김씨는 20일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와의 협연으로 부조니의 '피아노 협주곡' (한국 초연)과 윤이상의 '무악' 을 지휘한다.

그는 서울 공연에 맞춰 파란만장한 인생과 윤이상 선생과의 만남 등을 담은 책 '김홍재, 나는 운명을 지휘한다' 를 펴내기도 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