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알카에다와 다르게” 이미지 변신 … 주민 점수 따기 작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민간인에게 폭탄 공격을 하지 말고 학교에 불 지르지 말라.’

탈레반 최고지도자 물라 오마르가 내린 69개 행동강령의 일부다. 탈레반이 주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21일 전했다.

강령엔 현장 지휘관의 권한, 포로 처리 방법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주 내용은 아프가니스탄 주민을 대우하는 법이다. 일반 주민들과 사이 좋게 지내라는 것이 핵심이다.

무장반군 탈레반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군 등 연합군의 전략 변화에 따른 것이다. 연합군은 최근 민간지역 공습을 자제하는 등 주민 친화정책을 펴고 있다. 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탈레반과 일반 주민의 접촉도 차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군사작전만으론 대응하기 힘들다고 여긴 탈레반이 전략을 바꾼 것이다.

강령은 지난해 5월 일선 탈레반 지휘관들에게 전달됐지만 그동안은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탈레반 지휘부가 아프간 산악지대에 흩어져 있는 대원들을 일일이 통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탈레반의 행동변화가 일반 주민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관계자들에 의해 감지되고 있다. 얼마 전엔 주민들에게 과격한 행동을 한 지휘관급 2~3명이 지도자 오마르에 의해 처형됐다.

NYT는 대규모 공격으로 다수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는 파키스탄과는 달리 아프간에선 일반 주민의 인명 피해가 적은 것도 탈레반의 행동 변화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탈레반은 또 인터넷 영상과 휴대전화 메시지를 활용해 대국민 홍보전에도 나서고 있다. NYT는 “전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꺼리는 연합군과 달리 탈레반의 발표에는 매우 구체적이고 무시할 수 없는 진실이 담겨 있다” 며 “아프간 일부 지역에서 확산되던 반(反)탈레반 감정이 약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탈레반은 홍보를 통해 자신들이 알카에다와 다른 별개의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아프간 정부의 무능과 외국군 주둔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을 활용해 자신들의 활동을 아프간 해방운동으로 포장하려는 탈레반의 전략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이승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