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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한국어 공부중] 2. 한국어를 배우러 찾아오는 외국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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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서강대 한국어교육원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어 교사와 함께 토론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서강대 한국어교육원]

"한가이마! 옥사나! 응웬! 왕단롄!…."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대 국문과 대학원 '국어형태론'수업시간. 송철의 교수가 부르는 출석부엔 외국 이름이 더 많았다. 학생 27명 가운데 18명이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외국 학생들의 실력도 한국 학생에 뒤지지 않았다. 송 교수가 '단어와 어휘의 차이'를 묻자 한 일본인 학생이 "어휘는 단어의 묶음"이라고 정확히 답변했다.

몽골국립인문대 한국어학과 석사 출신인 한가이마(28)는 수업 후에도 "같은 '먹'자인데 왜 '먹는다'에선 '멍'으로 읽고, '먹고 있다'에선'먹'으로 발음하느냐"며 질문하는 등 학습열기도 뜨거웠다.

세계의 한국어 배우기 붐은 한국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박영순(고려대 교수) 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전국 대학에서 6000~7000명의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고 올해는 더 늘었을 것"며 "외국인 학생이 거의 없던 5년 전과 비교하면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국어국문과 대학원=많은 대학의 국문과.국어교육과 석.박사 과정은 한국어를 연구하는 외국 학생들로 붐빈다. 올해 서울대 국문과의 석.박사 과정 118명 가운데 41명이 외국인이다. 세명에 한명 꼴이다. 국적은 베트남.파키스탄.미국.캐나다.우크라이나.핀란드.체코 등 다양하다. 서울대 국어교육학과도 올해 133명 중 52명이 외국인이다. 연세대 국어국문과 대학원은 올해 128명 중 26명, 고려대 국어국문과는 116명 중 22명이 외국 학생이다.

송철의 교수는 "한국어 연구 방법 등이 부족하긴 해도 외국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도 뛰어나다"며 "박사과정 외국 학생은 웬만한 한국 석사과정 학생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대학 어학당=전문적인 연구과정은 아니지만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이 늘었다. 현재 서울대.이화여대 등 37개 대학에 어학당이 설치돼 있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의 경우 통상 한 학기에 1000여명이 수강하고 있는데, 올해는 1300여명으로 늘었다. 서울대 언어교육원의 한국어센터 수강생도 2000년 714명에서 지난해는 1100명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벌써 1000명에 이르렀다.

◆단기 어학연수=홍콩 시티대는 매년 7월 한국어 수강생 가운데 성적 우수학생 12명을 선발, 한달 동안 경희대 국제교육원에 어학연수를 보내는 '코리안 스칼라십'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대학의 김혜원(40) 교수는 "경비가 130만원 정도 들지만 한국을 다녀온 학생들은 '한국 매니어'가 된다"고 말했다. 시티대 3년생 캘빈(21)은 "한국 연수 후 인터넷으로 한국TV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한국에서 어학연수한 와세다(早稻田)대 1년생 기시 가나코(岸加那子.19)는 "내 이름을 한글로 쓸 수 있다"고 자랑했다. 고려대 국제어학원 관계자는 "학기 중에는 250명 정도가 배우는데, 여름방학에는 3~5주 연수하는 학생이 400명까지 늘어난다"고 말했다. 서울대 언어교육원 관계자는 "요즘은 단기연수 오는 미국.캐나다 학생이 증가, 전체 학생이 2001년 160여명에서 올해는 250여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학원="올해는 꼭 한국 대학에 합격하고 말겠어요" "저는 꼭 (인기가수) 에릭을 만나고 말겠어요". 최근 서울 동교동의 한 학원에선 외국인 5명이 '~고 말겠어요'를 사용해 한국어를 말하는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한 남학생이 "꼭 한국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말겠어요"라고 말하자 교실에선 폭소가 터져나왔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원도 서울에만 5곳이 생겼다. 최현옥(여) 가나다어학원 원장은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배우고, 일본.중국.동남아 등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문의가 많다"고 밝혔다. 그 밖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기업 300곳에서도 한국어 강사 초청 등의 방식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특별취재팀>

홍콩=이양수, 베이징=유광종, 도쿄=예영준.김현기, 베를린=유권하, 파리=박경덕,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서울=오대영.정용백.백일현.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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