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위 논란] 국회로 번진 '연방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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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1일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을 출석시킨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회의에선 '낮은 단계의 연방제' 를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간에 치열한 논리 싸움이 벌어졌다.

이날 아침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낮은 단계 연방제' 를 반대함으로써 촉발된 논란이 국회로 번진 것이다. "李총재의 주장은 DJ의 '3단계 통일론' 이 연방제로 이어질 위험성을 경계한 것" 이라고 한나라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통일외교위원회에선 한나라당 의원들이 李총재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김용갑(金容甲)의원은 "북한이 남한의 연합제 안에 접근하는 게 아니라 연합제를 연방의 초기단계로 인식하고 있을 뿐" 이라고 주장했다.

김원웅(金元雄)의원도 "북한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말하고 있는 건 남한의 연합제와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결국 연방제 통일론에 다름 아니다" 고 거들었다.

그러자 민주당 김성호(金成鎬) 의원은 "북한 조명록(趙明祿)특사의 방미를 통해 북한이 연방제를 포기하고 있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언급이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면서 "고려연방제를 정부가 수용했다고 몰아붙이는 건 문제" 라고 반박했다.

임채정(林采正)의원은 "현실적으로 연방제를 통하지 않고 통일이 될 수 없다면 흑묘백묘(黑猫白猫)론과 같이 연방제를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것" 이라는 주장도 폈다.

답변에서 朴장관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북한이 우리의 연합제를 사실상 받아들인 것" 이라며 "그러나 남북 정상은 통일방안을 합의한 게 아니라 통일로 가는 중간단계에서 교류가 우선이라는데 합의한 것" 이라고 말했다.

◇ 조명록 방미=한나라당 김종하(金鍾河)의원은 "조명록 특사의 방미를 계기로 북한이 남북간 대화를 줄이는 대신 미국측과 직접 접촉하는 게 아니냐" 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용갑 의원은 "북한은 남북회담을 그들의 통일전선전략에 이용하려 하고 있는데 정부는 낙관적 전망만 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趙특사의 방미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국제적으로 공인받게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장성민(張誠珉)의원은 "趙특사의 방미 중 미국과 북한이 테러지정국 해제와 미사일 개발 포기를 서로 빅딜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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