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 수상자 공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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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1일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교수는 노동경제학 분야에서, 대니얼 맥패든 버클리대 교수는 계량경제학 분야에서 일찍이 업적을 인정받아 온 학자다.

헤크먼은 노동시장과 관련한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계량기법을 개발한 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노동시장 데이터가 다른 데이터와는 그 성격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는 관점에서 노동경제학에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통계학적 모형을 도입했다. 그의 모형은 실업.직업훈련.빈곤과 관련한 정책의 효과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그는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콜럼비아 대학을 거쳐 80년대초부터 시카고 대학에 자리를 잡았다. 헤크먼 교수 밑에서 85~92년사이 조교를 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경수(崔慶洙)박사는 "그는 학생들에게 엄하기로 소문난 분이었다" 며 "그러나 학문에 관한 정열에는 모든 학생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고 말했다.

명지대 윤창현 교수도 "평소 모습과 학생들을 다그칠 때의 모습이 너무 달라 '지킬박사와 하이드' 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고 회상했다.

맥패든 교수는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이 겪는 교통난을 지켜보며 통계학적 모형을 개발해낸 계량경제학의 거두다.

LA 시민들이 어떤 조건 하에서 어떤 교통수단을 선택하는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개인과 가계의 이산선택모형을 도출해냈다.

그의 쌍대성 이론을 이용한 생산이론은 계량경제학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미네소타 대학 시절 물리학을 전공했다.

78년 그의 제자 퍼스와 함께 펴낸 '쌍대성 접근을 통한 이론과 응용' 이라는 책은 학생들의 필독서로 꼽혔다.

학문적 열정이 높아 91년 MIT 대학에서 버클리로 옮길 때 "돈은 필요없으니 계량경제학 연구실을 만들어달라" 고 요구했던 일화가 있다.

그의 제자인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는 "그는 젊은 시절 40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노벨상으로 불리는 '클라크 메달' 을 받아 이미 노벨상을 예약해놓은 상태였다" 고 말했다.

유대계 출신인 두 사람은 수시로 서로의 집을 방문, 밤샘 토론을 벌일 만큼 격의 없게 지내는 사이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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