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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차 '정원 있으나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유치원 어린이들이 교통사고에 노출돼 있다.

유치원생을 태우는 차량이 정원이란 개념조차 없어서다.

지난 10일 대구 두류야구장에서 열린 소방시범행사장에 참가한 대구시내 유치원은 4백여곳. 유치원차량에서 내리는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지만 콩나물 시루같은 차안을 들여다본 어른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12인승 차량에서 내린 P유치원 어린이들은 27명. 거기다 어른 2명이 더 동승하고 있었다.

또 한대의 이 유치원 차량(12인승)에는 무려 29명의 유치원생과 3명의 어른이 타고 있었다. 이날 행사장에 온 유치원차량의 정원은 모두 비슷했다.

D유치원 차량(6인승)에는 17명의 유치원생과 3명의 어른이 타고 있었다. 이들이 내리는 모습을 보는 주위 시민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9인승 차량에는 어른 3명을 포함해 무려 25명의 어린이들이 탑승한 경우도 있었다.

차안에는 어른 3명이 앉을 자리에 아이들 6명이 어깨도 못 움직일 정도로 붙어 앉아 있고 자리에 앉은 아이들의 무릎과 앞좌석 사이에 5~6명씩 서 있는 등 차안은 말 그대로 콩나물 시루였다.

유치원생이 1백여명이 넘는 대형 유치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35인승과 45인승 두대의 차량에 유치원생을 태우고 온 I유치원의 경우 두대를 합쳐 모두 1백50여명의 어린이가 탑승했다. 여기다 인솔교사 10여명을 합하면 엄청난 수의 탑승인원이다.

도로교통법상 시내버스와 같은 사업용자동차인 경우 11%까지 정원 초과가 가능하고 자가용과 유치원 통학차량과 같은 개인용 차량인 경우는 한명의 인원도 초과할 수 없게 돼 있다.

정원을 계산할 땐 12세 미만의 어린이를 탑승시킬 경우 어른 2명은 어린이 3명으로 간주한다.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저 작은 차에 저렇게 많은 어린이들이 타고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며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 라며 혀를 찼다.

또 한 시민은 "아무리 어린이들이라지만 저렇게 많이 태우고 다니는 것은 너무 하는 것 아니냐" 며 "혹시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예측할 수 없는 돌발상황이라도 생기면 어떡하냐" 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사고가 나면 정원 초과는 굉장히 위험하다" 며 "앞으로 강력한 단속을 펼치겠다" 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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