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대전 심사위원 시켜달라" 금품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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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미술협회가 주최한 지난해 대한민국 미술대전의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자리를 놓고 화가와 화랑업자가 협회 간부들에게 금품 로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9일 화가로부터 심사위원 선정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아 이중 일부를 미술협회 고위간부에게 전달한 혐의(배임증재)로 화랑업자 許모(64)씨를 구속했다. 돈을 건넨 화가 李모(52)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許씨로부터 2천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미술협회 고위간부 A교수를 긴급 체포, 수사 중이며 혐의가 확인되면 30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許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 S다방에서 화가 李씨를 만나 "나와 동료 화가가 심사위원이 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 는 부탁과 함께 로비자금으로 5천5백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許씨는 지난해 10월 A교수의 연구실에 찾아가 받은 돈의 일부인 2천만원을 주며 "내 측근 인사를 운영위원으로 선정해 달라" 고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술대전은 서양화.동양화 등 분야별로 운영위원 3~4명을 먼저 선정한 뒤 그 운영위원이 출품작을 심사하는 심사위원을 뽑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대해 A교수는 "許씨가 연구실에 1천만원을 놓고간 사실을 뒤늦게 알고 며칠 뒤 동생을 시켜 되돌려 주었다" 며 "청탁을 받고 운영위원을 선정하지도 않았다" 고 주장했다.

경찰은 화가 李씨가 "심사위원에 선정되면 출품하는 화가로부터 수상(受賞)대가로 돈을 받을 수 있어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 고 진술함에 따라 수상 과정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화가 李씨는 자신이 심사위원에 임명되지 않자 許씨에게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다 받지 못하자 경찰에 고소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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