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역할 안하면서 총무불러 질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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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총리 한 사람을 위해 당원 모두가 죽어야 하나. "

29일 열린 자민련 당무회의에선 이한동(李漢東)총리의 총재직 사퇴를 요구한 강창희(姜昌熙)부총재의 폭탄 발언(27일)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회의는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김학원(金學元)의원이 먼저 "姜부총재가 당 분열로 비춰질 수 있는 말을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 고 주장했다.

그러자 姜부총재는 "총선에 참패한 것도 지난 3년간 전당대회 한번 열지 않았을 정도로 당이 변화에 둔감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총재를 선출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원외의 한영수 (韓英洙) 부총재도 "姜부총재가 개인 의견을 밝힌 것이 잘못은 아니다" 고 거들면서 "전당대회 문제는 공론화해야 한다" 고 말했다.

강경파로 손꼽히는 이재선(李在善)의원은 "李총리가 총재역할도 안 하면서 이양희(李良熙) 총무를 불러 질책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라고 공격했다.

반면 김종호(金宗鎬)총재권한대행은 "전당대회는 일종의 당권투쟁인데 이렇게 당이 어려울 때 여는 게 적절한가를 잘 따져봐야 한다" 며 반대했다.

오장섭(吳長燮)사무총장은 "정기국회가 끝나면 전당대회를 열 수 있게 준비하겠다" 는 중재안을 내놨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격론의 바탕에는 '자민련의 정체성이 불확실하다' 는 불만이 깔린 때문인지 쌀지원 방식 등 대북정책을 비난하는 소리도 높았다.

"외국쌀을 사다가 북한에 주면서도 남한 것이라는 점을 제대로 표기하지도 못한다" (元喆喜의원), "국민은 경제난을 겪고 있는데 북한에 퍼주기만 하느냐.

북한군 5년치 군량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鄭一永 전 의원)는 등 자민련의 보수색깔을 내자는 의견도 많았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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