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되는 경평축구 남북 체육교류 물꼬 틀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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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이 내년 8.15에 즈음해 경평(京平.서울과 평양)축구대회를 부활키로 합의함에 따라 남북간 체육 교류가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남북한은 조속한 시일 내에 장관급회담 산하에 사회.문화.체육위원회를 설치, 구체적인 일정을 협의키로 했다.

우리측 대표로는 김순규(金順圭)문화관광부차관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평 축구대회의 부활은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과거부터 유명한 시합이었으니 (부활을)추진해 성사시키는 것이 좋겠다" 고 말한 뒤부터 이미 예견됐다.

도시 대항 성격의 경평 축구대회는 1929년 10월 8~10일 서울 원서동 휘문학교 교정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매일 7천여 관중이 운동장을 가득 메울 만큼 국민적 관심 속에 치러진 첫 대회에선 평양이 경성(京城.서울)을 2승1무로 눌렀다.

이듬해 11월 28일부터 사흘간 경성운동장에서 열린 제2회에선 경성팀이 평양팀을 2승1패로 꺾었다.

그 후 중단됐다가 1933년 재개됐다. 4월 6일 평양 기림리(箕林里)운동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평양은 경성에 2 - 3으로 석패했다.

경성팀에 패했다는 소식에 분노한 평양시민들이 2차전 설욕을 보기 위해 몰려들어 평양 시내는 철시상태였다. 사투 끝에 2 - 2 무승부.

이날 평양 선수들이 어찌나 거칠었던지 경성 선수들 다수가 부상해 3차전 보이콧 움직임까지 있었다.

이때 평양이 3 - 0으로 이기자 열광한 평양 시민들은 거시적(擧市的)인 축하행사를 벌였다. 경평 축구는 모두 8회(게임은 23차례) 치러졌다. 종합 전적에서는 10승7무6패로 평양이 앞섰다.

46년 3월 해방의 감격을 안고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마지막 대회 때는 평양 선수들이 38선을 넘어 서울에 왔다. 이후 90년에 남북 교환 축구경기가 서울.평양에서 한차례씩 열렸다.

46년 경평 축구대회 평양팀 골키퍼였던 이병국(李炳國.80.2002 월드컵 자문위원)옹은 "당시는 축구가 '한민족은 하나' 라는 의식을 갖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며 "경평 축구 부활이 통일의 물꼬를 틀 것으로 확신한다" 고 말했다.

제주〓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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