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상업용 부동산시장 화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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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유럽의 사무용 건물,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었다.

18일 영국의 부동산정보업체 CB리처드엘리스(CBRE)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는 257억 유로(약 42조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에 비해 42%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1분기의 두 배 수준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런 증가율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최대 규모”라며 “유럽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가 회복되고 있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거래가 가장 활발한 곳은 영국이다. 영국의 지난해 하반기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상반기보다 64% 늘었다. 한국의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11월 HSBC의 런던 본사 건물을 7억7250만 파운드에 매입했다.

독일도 지난해 하반기 투자가 상반기보다 15% 많았다. 이런 흐름은 서유럽에서 동유럽으로, 국내 투자에서 유럽 내 국가 간 투자로 확산되는 추세다.

유럽의 부동산 시장에 다시 훈기가 도는 것은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워낙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최근 2년간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평균 45% 하락했다. 가격이 오를 여지가 생겼다는 얘기다. CBRE의 유럽 연구·자문 담당인 마이클 해독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격 상승 쪽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아직 속단은 이르다. 지난해 4분기 부동산 거래의 상당 부분은 해가 바뀌기 전에 거래를 마무리하려는 수요로 분석된다. 또 지난해 전체 거래량은 700억 유로로, 2008년 1210억 유로에 비해선 여전히 적은 규모다.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된 자금 시장이 여전히 빡빡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FT에 따르면 유럽에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1040억 달러에 이른다. 2012년엔 1640억 달러로 불어날 전망이다. BNP파리바는 영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5년간 31.5%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 해 5~6% 수준으로 오르는 셈이므로 당분간 시장이 확 달아오를 가능성은 없다는 뜻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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