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기류…중국의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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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반도 평화무드에 대해 중국은 주변 4강 중 가장 열렬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6.15 남북 공동선언 직후 외교부 성명을 통해 "(6.15 선언은)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정책과 전적으로 일치한다" 는 강한 지지성명을 발표한 바 있고, 이후에도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과 리펑(李鵬)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이 나서 "뜻이 있으면 (한반도 화해와 통일은)반드시 성공한다" (장쩌민 주석.9월 7일)는 의사를 밝혔다.

성명 내용과 반응의 열기로만 따진다면 중국보다 한반도 정세변화를 반기는 국가는 없어 보인다. 중국의 이같은 입장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유지, 그리고 당사자 해결원칙이라는 그동안의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 한다.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과 한반도 화해무드가 크게는 중국의 세계전략.대미정책.동북아전략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이 남북 동시수교시대와 조만간 실현될 북.일, 북.미 수교시대에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소극적인 정책보다 남북화해로 초래될 환경적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인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동안 북한에 대한 식량원조와 국제회의 등에서 북한 편들기를 계속해 온 중국이 남북 화해시대에도 자신들이 북한에 대한 후견국가임을 은근히 과시하는 정책을 쓸 가능성이 크다" 고 말한다.

실제로 중국은 남북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5월 장쩌민 주석과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간 베이징 회담을 통해 양측 관계의 특수성을 과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배경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우선 1978년부터 개혁.개방을 추진해 온 중국 경제의 국제화가 상당히 진행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선 국경을 맞댄 북한이 폐쇄 경제체제를 고수하고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것이 결코 중국에 유리하지 않다.

또 군사적으로는 한반도에서 긴장이 완화되고 화해가 조성되면 주한.주일미군의 존재 근거가 약해져 동북아 주둔 미군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중국은 이미 북한 변화를 명분으로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와 전역미사일방위(TMD)체제 추진 근거가 사라졌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중국은 궁극적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을 견제하고 영향력을 확대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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