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남북 국방회담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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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6일 발표된 남북 국방장관회담 공동보도문은 6.15 공동선언 이후 처음으로 군사분야 협력문제를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남북한 군 수뇌부가 직접 만나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전쟁위험 제거 공동노력' 등을 선언한 것은 비록 원칙적 수준이지만 남북 군사관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통일연구원 정영태(鄭永泰)박사는 "그동안 남북관계 진전과정에서 군사분야만 빠져 있어 우려가 없지 않았으나 이번 회담에서 상당히 해소됐다" 고 평가했다.

우리측 차석대표인 김희상(金熙相)육군중장은 "50년간 서로 적대시하던 남북 군수뇌들이 한자리에 마주 앉아 평화정착을 위한 상호이해의 바탕을 마련한 것이 소득"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의선 관련 군사협력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긴장완화 조치가 전혀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 경의선 공사 군사협력 시금석=구체적인 실천항목이 포함된 것은 경의선 공사가 유일하다.

따라서 이 공사가 향후 군사협력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남북은 다음달 초 실무급 회담을 열어 경의선 작업부대간 핫라인 설치, 유사시 대책 등을 논의키로 했다.

남북은 이와 함께 철도와 도로 주변의 군사분계선.비무장지대를 개방, 남북관할지역으로 설정하는 문제를 정전협정에 따라 처리키로 합의했다. 북한의 기존 입장에서 볼 때 의미있는 진전이다.

◇ 북측, 현 정전협정 인정= '정전협정에 기초한 처리' 는 비무장지대에서의 작업을 위해 남북이 공동관할구역을 설정해야 할 경우 정전협정의 한 당사자인 유엔군의 권한을 위임받아 남북한이 협의해 처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정전협정에 규정된 군사정전위의 역할과 유엔사의 존재를 애써 무시하고 평화보장체제 수립을 강조해 왔던 북측이 현실적으론 정전협정체제를 인정한 셈이다.

더욱이 앞으로 있을 실무협의와 공사현장에서 남북한군간에 발생하는 조치는 실질적인 군사적 신뢰구축의 시범 케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주한미군 언급 안해=남측이 제안한 남북 군사위원회 및 직통전화 설치,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연습 통보 및 훈련참관 등은 북측의 반대로 합의되지 못했다.

북측은 한.미 연합체제로 인한 북측의 위협감을 털어놓은 뒤 '반외세 자주화' 라는 기본입장을 밝히며 정전협정을 조속히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남측이 북한군을 주적(主敵)으로 규정한 데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주한미군 주둔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어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측의 '주한미군 주둔 용인' 설을 뒷받침했다.

한편 2차 회담 장소는 백두산이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11월 백두산 지역의 기상상태가 좋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돼 추후 결정하는 쪽으로 조정됐다.

김민석.이철희.김정욱 기자

<다음 회담으로 미뤄진 의제>

▶군사 당국자간 직통전화 설치

▶남북 군사위원회 설치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연습 통보, 훈련참관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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