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패밀리] 레슬링 여자 심판 마리앤 놉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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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고대 그리스에서 여성은 올림픽을 볼 수 없었다.

특히 올림픽의 하이라이트인 레슬링 경기에는 여성들의 접근조차 불가능했다. 신들이 머문다는 올림푸스 언덕에서 건장한 남성들이 알몸으로 벌이는 레슬링은 여성들이 보아서는 안될 신성한 경기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들은 레슬링 영웅들의 '신화' 를 소문으로 듣고 막연한 환상만 갖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2천여년이 지난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레슬링 경기장에 마음대로 들어오는 것은 물론 시드니 올림픽에는 여자 심판이 2명이나 등장, 직접 판정까지 내리고 있다.

스위스 출신인 마리앤 놉스(55)는 "학교에서 취미로 레슬링을 배운 아들을 따라 레슬링장을 다니다가 매료되었다" 고 한다.

놉스는 "건장한 신체를 가진 젊은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레슬링의 매력을 느끼는데 남녀가 다를 수 없다" 고 말했다.

놉스는 몸이 허약하면 튼튼한 레슬링 선수를 심판하는데 자격이 없는 것으로 여기고 하루 1~2시간씩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해왔다. 그는 벌써 세차례나 올림픽에 심판으로 참가한 베테랑이다.

놉스는 최초의 레슬링 여자 심판이 아니다. 그가 국제심판이 되던 1986년 이전에 심판으로 활약한 미국 여성이 있었고, 현재 여자 국제 심판은 4명이나 된다.

레슬링에 여자 심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20년 전부터 여자 레슬링이 성행하고 있다.

여자 레슬링은 남성과 똑같은 레슬링복에 티셔츠를 걸쳐 입고 경기를 벌인다. 경기 방식도 같다. 여자 레슬링은 아시아에도 10년 전 보급됐으며 한국에서는 98년 팀이 창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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