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쓰메이칸 AP대학 설립한 일본 벳푸, 경제 살아나고 국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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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벳푸시의 다국적 잡화점인 ‘월드 기프트’에서 지난달 21일 일본인 손님들이 물건을 팔고 있다. 벳푸시=오대영 기자

일본 규슈(九州)의 전통적인 온천 도시인 벳푸(別府)시가 2000년 개교한 리쓰메이칸(立命館)아시아태평양 대학(APU)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일본의 오랜 경기침체 때문에 벳푸시도 관광객 감소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런데 APU가 생겨 지역 경제발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벳푸시가 속해있는 오이타(大分)현의 이시카와 고이치(石川公一) 부지사는 지난달 22일 "APU 설립으로 학생 인구만 4000명 이상이 늘었고, 지역에 활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출신의 몬테 카셈 APU 총장은 "학생.교직원의 생활비와 고용창출을 따지면 연간 80억엔(약 800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라고 밝혔다.

오이타현.벳푸시도 그런 효과를 염두에 두고 APU 설립 당시 토지 제공 등을 지원했지만 요즘은 예상 외의 효과도 보고 있다. APU 재학생의 43%를 차지하는 외국 유학생(74개국 출신 약 1800명)으로 인해 벳푸시가 국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시카와 부지사는 "외국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관심.이해도가 커지고, 외국학생들의 부모.친척들이 학교를 방문함에 따라 지역 관광.홍보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올 들어 국제화는 직접적인 경제활동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7월 벳푸시 중심가의'솔 파세오 긴자 상점가'에는'월드 기프트'(w-gift.com)라는 이색적인 다국적 잡화점이 리투아니아 출신의 APU 졸업생.재학생 2명에 의해 문을 열었다. 이 가게는 23개국의 공예품 등 상품 5000여종을 팔고 있다.

'월드 기프트'의 건너편에는 지난 3월 APU 학생이던 외국학생 2명이 문을 연 베트남 음식점도 성업 중이다. 두 가게의 공동 경영자인 민도가스 자부루너스(25)는 "내년에 이곳에 리투아니아.이집트 등 8개국 음식점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셈 APU 총장은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이 힘을 합친 '인재유치'는 지역경제에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벳푸=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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