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배드민턴] 나경민 "금메달은 나를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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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나경민(24)은 요즘 말이 없다.

졌으니 할 말이 없지만 그저 허무할 뿐이다.

두차례의 올림픽에서 모두 '확실한 금메달' 이라고 평가받았고 '확실한 파트너' 와 짝이 됐지만 금메달은 모두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4년 전인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때 나경민은 '배드민턴의 황제' 로 평가받았던 박주봉과 짝을 이뤄 배드민턴 혼합복식에 출전했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땄던 박주봉은 이후 은퇴를 했으나 혼합복식 금메달을 따달라는 배드민턴협회의 간곡한 부탁으로 코트에 복귀했다. 그리고 그 파트너로 운좋게 나경민이 선택된 것이다.

원래 박주봉의 파트너는 나경민이 아니었다. 그러나 박주봉이 한체대 후배인 나경민과 호흡이 더 잘 맞으니 파트너를 바꿔달라고 해서 중간에 바뀐 것이다.

나경민은 단식에만 출전신청을 했으나 졸지에 박의 파트너가 돼 '금메달' 을 거저(?) 딸 수 있는 행운을 잡았다.

나경민은 혼합복식에만 전념하기 위해 단식을 포기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당시 금메달리스트 김동문을 새 파트너로 맞이한 것이다.

온갖 국제대회 우승은 나-김조의 몫이었다.

권승택 감독의 말에 따르면 '시드니 올림픽에서 나-김조가 금메달을 딸 수 있는 확률은 90% 이상' 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결승은커녕 8강전에서 중국선수들에게 0 - 2로 허무하게 나가떨어졌다.

그것도 2세트에서는 1 - 15의 완패였다. 정녕 올림픽 금메달은 나경민을 외면할까.

4년 후면 스물여덟살. 아테네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금메달에 도전하기에는 나이가 부담이어서 나경민은 더욱 슬프다.

시드니 올림픽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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