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회담 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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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21일 오후 금강산 호텔의 적십자회담장을 나선 박기륜(朴基崙)남측 수석대표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방문을 걸어 잠근채 진행된 朴수석대표와 최승철 북측 대표단장과의 접촉에서는 카랑카랑한 고성이 새어나올 정도.

북측이 인력부족과 촉박한 일정을 들어 남측이 제안했던 연내 이산가족 생사확인·서신교환과 10·11월의 추가상봉 연기를 계속 요구해 온 때문.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마저 장소 문제로 줄다리기가 이어져 ‘시계(視界)제로’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북측 ‘준비부족’ 내세워=임동원(林東源)대통령특보-김용순 (金容淳)노동당비서의 제주회담에서 합의된 ‘연내 이산가족 생사확인’의 원칙에도 불구,북측은 실무준비 부족을 거듭 주장.

한 회담관계자는 “북측이 인력부족 등의 어려운 정황만을 계속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20일 만찬 자리에서는 북측 대표단이 “(남측이)컴퓨터 1천대만 주면 생사확인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료전산화 문제점도 내비쳤다는 전언.

때문에 북측은 시범실시 기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범위를 확대해 가자며 남측의 ‘연내 9만5천명 생사확인 마무리’안에 맞서는 바람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남측이 10월·11월 중순 두 차례로 제안했던 ‘추가상봉’에 대해서도 북측은 “시간이 없어 내부 준비에 어려움이 있다”며 한 달 정도 연기입장을 고수중이다.

◇면회소 이견 계속돼=남측이 ‘자유의 집’과 ‘통일각’등 기존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판문점 면회소를 10월부터 즉각 운영하자고 한 반면 북측은 금강산을 밀어 부쳐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유엔사 관할지역인 판문점에의 거부감에 더해 금강산 면회소에서 풀릴 달러화 등 파생효과를 염두에 둔 것 같다”고 전했다.

남측 대표단은 ‘비전향 장기수 송환직후 즉시 면회소설치를 위한 2차회담 개최’라는 1차회담(6월) 합의를 어긴데 대해서도 항의하는 등 기(氣)싸움까지 어우러져 최종 합의까지는 난산(難産)이 예고되고 있다.

최훈 기자,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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