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축구 이천수-고종수카드 '득보다 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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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스피드가 뛰어나고 공격력이 강한 욱일승천의 기대주 이천수와 세기와 배짱이 좋고 창조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고종수.

이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최전방의 이동국-김도훈에게 면도날 같은 패스를 투입하고 때로는 의표를 찌르는 슛으로 네트를 가른다.

이렇게만 된다면 한국 축구의 8강 진입은 꿈이 아닐 뿐더러 4강 이상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14일 스페인과의 첫 경기를 통해 '희망은 어디까지나 희망일 뿐' 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두 선수는 그라운드의 미아가 되었고 그나마 후반 들어서야 고종수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의 허정무 감독은 모로코와의 경기를 앞두고 이천수-고종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한꺼번에 투입하는 카드를 사실상 용도 폐기했다.

이천수를 스타트 멤버로 기용하고 고종수는 경기의 흐름을 보아가며 후반에 기용할 방침을 세운 것이다.

허감독은 두 선수가 상승 효과를 주기보다는 공격의 흐름을 결정하는데 혼란을 주고 최전방 공격수들과 콤비네이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두 선수 모두 볼을 지나치게 오래 끌어 상대 수비의 압박을 자초했고 당연히 공격 지원도 불가능해졌다.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그토록 멋진 플레이를 보였던 두 선수가 왜 갑작스럽게 난조를 보이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이천수는 큰 경기에 대한 부담에 사로잡혔고, 고종수는 부상기간 중 늘어난 체지방이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하게 한 결과 몸이 무거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허감독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재빨리 차선책을 선택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안정된 패스의 흐름을 이용해 심플한 공격이 가능하고 수비라인에서 미드필드로 연결하는 패스의 초점도 정확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포맷은 두 선수를 모두 기용할 경우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공격루트 개척' 이라는 이점을 포기하는 대신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허감독은 우선 골을 잡아내 승리를 빼내는 것이 우선이지 골득실 차이를 따질 경우에 대비한 다득점은 그다음 문제라고 단정한 것이다.

애들레이드〓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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