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모리 페루 대통령 일대 위기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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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의 '오른팔' 이자 국가정보부(SIN)최고책임자인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가 야당 의원을 매수하는 현장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가 공개돼 후지모리 정권이 일대 위기에 몰렸다.

케이블 TV인 '카날N' 이 14일 방영한 58분 분량의 이 테이프는 '그늘의 실력자' 로 불리는 몬테시노스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당시 제1야당인 '페루의 가능성' 소속 알베르토 쿠리 의원에게 두툼한 현금 봉투를 건네는 장면을 담고 있다.

앞부분에는 쿠리 의원이 야당 탈당서류로 보이는 문서에 서명하는 모습도 있다. 쿠리 의원은 최근 후지모리가 이끄는 '페루 2000' 으로 당적을 옮겼다.

쿠리 의원은 테이프 방영 뒤 '자신이 몬테시노스로부터 1만5천달러를 받긴 했으나 이는 '빈민층에게 음식을 나눠주기 위한 트럭 구입용으로 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야당측은 "후지모리 대통령이 '의회 장악을 위해 '야당 의원들을 매수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 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은 전체 1백20석 가운데 53석을 얻는데 그쳤으나 이후 야당 의원 10여명이 당적을 옮겨 과반수를 확보했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즉각 비상각료회의를 소집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16일에도 수도 리마에선 시위대 수백명이 몬테시노스 구속과 후지모리 퇴진을 요구하며 행진하는 등 사태는 악화일로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지난 5월 치러진 대선에서 야당 후보인 알레한드로 톨레도가 부정선거를 이유로 결선 투표에 불참, 손쉽게 3선에 성공했으나 최근까지도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로 곤욕을 치러왔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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