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콜택시 … 승합차는 영업용 등록 안된다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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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지역 12개 택시회사들이 각각 4000여 만원을 들여 구입한 장애인 콜택시가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다른 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인 장애인 콜택시. [중앙포토]

중증 장애인들의 발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장애인 콜택시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천안지역 12개 법인택시 회사들은 앉은 자리에서 차량구입비 4억여 원을 손해 볼 위기에 처했다.

천안시는 지난해 11월 택시 증차 시점에 맞춰 지역 법인택시회사에 각 1대씩 장애인 콜택시를 배치했다. 법인택시 회사들은 1대당 4000여 만원 가량의 돈을 들여 승합차량(12인승)을 구입, 장애인 운송차량으로 개조했다. 자비로 차량을 구입하면 향후 부족한 운영비는 보전해 주겠다는 천안시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시회사들은 완성된 차량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12인승 승합차량은 관련법상 영업용으로 등록이 안 되는 차종이라는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사업을 추진했던 천안시 교통과나 법인택시 회사 관계자 중 어느 누구도 ‘승합차량은 택시영업을 할 수 없다’는 관계법령을 사전에 확인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장애인 운송 차량으로 개조한 고가의 승합차량이 하루아침에 쓸모 없게 되고 만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천안시도 고민에 빠졌다. 일단 시는 법인택시 회사에게 구입한 차량을 시에 기부채납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가 장애인 콜택시 운영주체가 되고 법인택시 회사들이 위탁 운영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할 경우 자가용 차량등록으로도 장애인 콜택시를 운행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인택시 회사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인이 구입한 고가의 차량을 시에 무상으로 넘겨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크다. 한 법인택시 관계자는 “조만간 법인택시 회사 대표들이 만나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기부채납하라는 시의 요구에 반발하는 법인대표들이 있다. 그렇다고 쓸모 없는 차량을 마냥 가지고 있을 수도 없기 때문에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인택시 관계자는 “시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본적인 관계법령조차 살피지 않았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운영비 지원 예산도 확보해 놓지 않고 기부채납부터 하라는 시의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장애인 콜택시를 기부채납 받아 시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이 유일한 대안이다. 택시회사가 이를 거부할 경우 차량 일부는 시가 구입하고 나머지는 다른 자치단체에 파는 방법 밖에 없다. 법인 대표들과 만나 합리적인 대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장애인 콜택시가 한꺼번에 12대씩 늘어난다고 해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의 기대가 컸다. 천안시와 택시회사가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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