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인수전 가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세계적 대형은행들이 미국의 알짜배기 투자은행과 인수.합병(M&A)하기에 혈안이 돼 있다.

지난 7월 UBS가 페인웨버와, 8월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이 도널드슨 러프킨 앤드 젠레트와 합병한 데 이어 13일에는 체이스 맨해튼이 JP모건을 3백60억달러에 인수했다.

독일 3위의 은행인 드레스드너도 미국의 투자은행인 워서스틴 퍼렐러와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의 금융담당 칼럼니스트 마거릿 파퍼는 이같은 추세로 보아 미국 내 중견급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와 베어스턴스도 곧 대형은행에 합병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은행들의 투자은행 사냥은 글로벌 경제시대를 맞아 대출 등 일반 은행업무에서부터 국제금융.M&A중개.증권 인수 등 투자은행 업무까지 모든 분야를 관장하지 않는 한 살아남기 힘들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외국은행들의 경우 특히 미국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구축한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은행들로서도 이미 메릴린치.모건스탠리.골드먼삭스 등 몇몇 대형 업체들이 관련 업무를 독식하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보다 큰 우산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입지를 확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대형은행들의 손짓에 적극 호응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투자은행과 상업은행간의 업무 분리를 규정한 은행법이 폐지된 것도 이같은 움직임을 부추겼다.

체이스 맨해튼의 경우 지난해 함브레히트 앤드 퀴스트를 인수하면서 투자은행 업무에 뛰어들었으나 여전히 열세를 면치 못해 투자금융.기업공개 분야에 강한 JP모건의 인수에 눈독을 들여왔

다.

합쳐진 은행의 이름이 인수된 기관명을 앞세운 JP모건체이스로 정해진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

다.

워서스틴을 13억8천만달러에 인수하려는 드레스드너의 경우 M&A 중개 실적이 현재 미국내 14위며 유럽내 7위에 불과하다.

드레스드너는 미국 5위인 워서스틴을 합병, 이 분야에서의 집중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드레스드너는 합병이 성사될 경우 워서스틴의 M&A 전문가 등 유능한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총 1억5천만~2억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홍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