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왜 보수진영이 거리로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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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 보수단체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일부 종교단체들의 시국집회가 시청앞 광장에서 열렸다. 보수성향 시민들의 집회로는 매우 큰 규모다. 손마다 태극기를 들고 운집한 이들의 충정은 충분히 이해를 하면서도 이 같은 방식으로 의사표시를 할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건국 이래 언제 시민들이 지금처럼 "나라를 수호하겠다"며 자발적으로 모인 적이 있는가. 이날 집회는 대통령이 보안법 폐지 발언으로 보수층을 자극했고, 이에 대한 원로들의 시국선언을 여권이 비난한 것이 기름을 부었다고 본다. 이 정부는 대통령부터 편가르기에 앞장서 나라를 갈기갈기 찢어논 현 상황에 대해 우선 반성해야 한다.

상황이 더 악화돼서는 안 된다. 이날로 집회 참가자들의 뜻은 충분히 밝혀졌다고 본다. 집회를 주도하는 측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을 때의 촛불집회를 들어 군중 동원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가진 것 같으나 이제 대규모 시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진보진영이 젊은 세대들을 동원해 촛불시위를 했다고 똑같은 방식으로 나갈 수야 없지 않은가.

어렵고 답답하지만 진짜 애국심과 경륜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우리도 모일 수 있고 힘이 있지만 나라를 위해 자제하고 기다려 보겠다"는 진중함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대로 가면 국론분열을 넘어 나라가 반으로 쪼개질까 우려된다. 국민의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정치권은 이반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야당이 제몫을 해야 한다. 야당이 여론을 담아내지 못하니까 이런 집회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야가 명심해야 할 것은 양보를 전제로 한 대화라야 한다는 점이다. 보안법만 해도 양측 주장을 들여다 보면 얼마든지 절충이 가능하다. 수도 이전.과거사.사립학교법도 마찬가지다. 끝까지 상대를 타도 대상으로 본다면 나라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