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빛은행 대출사건 중간 수사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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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검찰은 8일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고위층의 친척을 사칭한 업자와, 고객의 예탁금을 사(私)금고처럼 유용한 지점장이 공모한 대출 사기로 결론 냈다.

검찰에 따르면 불법대출의 출발은 서울 관악지점장 신창섭씨의 상식을 벗어난 대출금 운용 행태에 있었다는 것. 申씨는 대출금을 업체에 주지 않고 자신이 관리하는 차명계좌에 넣어두면서 요청이 오면 빌려주는 방식을 취했다.

실제로 申씨는 아크월드 등의 명의로 대출한 8억원을 벤처기업 A사의 미국 투자금으로 송금하기도 했다.

검찰은 申씨가 대담한 불법대출극을 벌일 수 있었던 데는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씨도 한몫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申씨는 영장이 발부됐던 지난달 25일 저녁까지도 朴씨가 朴장관 조카인 줄 알았다" 며 "朴씨의 배경을 믿고 마음대로 행동한 면도 있을 것" 이라고 귀띔했다.

申씨의 대출 방법도 제도상의 허점을 노린 신종 수법이라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내국신용장을 개설할 때 업체당 7억5천여만원 대출 한도 내에선 지점장이 전결 처리할 수 있는 점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申씨는 아크월드 등 3개 업체에 모두 4백60억원대의 불법대출을 해주면서 한도 규정을 피하기 위해 이들 협력업체 명의 80여개를 사용했다.

대출금의 행방도 검찰은 사실상 다 밝힌 상태라고 발표했다. 아크월드.에스이테크.R사가 실제 사용한 대출금은 각각 2백5억원.67억원.77억원. 이를 아크월드와 R사의 장부와 비교하면 두 회사의 대출금이 각각 44억원.39억원 모자란다.

그러나 검찰은 "계좌추적과 관련 진술을 종합한 결과 이 차액들은 대부분 기존 대출금 상환이나 이자비용 등에 사용됐다" 고 밝혔다.

결국 검찰은 "정치권이나 은행 본점 내부의 대출 압력이 없었고, 대출금 사용처도 확인된 만큼 이 사건을 둘러싼 풍문은 실체 없는 의혹에 불과하다" 고 결론 내린 셈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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