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386] 1. <정치> 노 정권에서 386이 떠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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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여론 지지율은 3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30%대의 지지율은 주요 여론조사에서 3개월째 계속되는 흐름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20%대 수준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당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특별한 지지층 덕분으로 분석된다.

지지층을 살펴보면 386세대(36~45세)는 노 정권에서 떨어져 가고 있다. 대신 노 정권을 밀어주는 주력군으로 포스트386세대(20~35세)가 등장했다.

◆대통령 지지도.신뢰도=본지 조사에 따르면 포스트386은 386보다 노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깊다. 386세대가 노무현 정권 탄생의 주역이었지만 이제는 정권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믿을 만한 인물이냐'를 묻는 질문에 두 연령 집단은 상당한 차이를 드러낸다. 포스트386세대는 31%가 '믿을 만하다'고 했고 41%가 '중간이다'고 했다. '믿을 수 없다'는 응답은 28%였다. 이에 비해 386에선 '믿을 만하다'는 응답이 20%밖에 나오지 않았다. 반면 46%는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노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작은 대신, 불신은 크다는 게 386세대의 변화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두 세대 모두 불만이다. 정도는 차이가 난다. 포스트386세대의 15%는 '잘하고 있다'고 했다. 53%는 '보통이다'고 응답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29%였다. 그러나 386세대는 절반(50%)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12%밖에 되지 않았다. '보통이다'는 37%였다. 이는 386의 불만이 포스트386보다 훨씬 큼을 보여주는 지표다.

◆주요 정책 지지 정도=이라크 파병.과거사 문제 등 주요 현안을 보는 데서도 다소 차이가 났다. 이라크 파병에 대해선 포스트386의 반대(60%)가 386(50%)보다 더 컸다. 과거사 규명을 보는 시각은 포스트386이 더 긍정적이었다. 포스트386의 59%가 과거사 규명을 환영한 반면 386세대에선 46%가 찬성했다.

대미(對美) 관계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고 보는 쪽은 포스트386보다 386 쪽에서 더 많았다. 386세대에선 67%가 그렇게 여겼지만 포스트386세대에서 같은 생각을 한 응답자는 49%였다. 이는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가 386에게서 더 크다는 뜻이다.

한국의 자주외교 역량 향상 여부에 대해선 포스트386이 더 후한 점수를 줬다. 긍정적인 반응(40%)이 부정적인 응답(36%)을 앞질렀다. 반면 386세대에선 부정(50%)이 긍정(33%)보다 우세했다.

두 세대는 한.미동맹보다 자주외교를 중요시했다. 그 강도는 포스트386이 강했다(포스트386의 69%가 자주외교 중시, 386세대는 62%). 386의 경우 성장과 분배 중에서 성장을 중시해야 한다는 응답자의 비율(69%)이 포스트386(59%)보다 높았다. '국토 발전 측면에서 균형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은 포스트386세대에서 83%, 386세대에서 81%로 나타났다. '산업 측면에서 균형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포스트386(82%)이 386(76%)보다 많았다.

◆주변국 이미지=미국.일본.중국.러시아.북한 등 5개국에 대해 포스트386은 북한을, 386세대는 러시아를 가장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나라별 인상이나 이미지를 100점 만점(매우 좋다 100점, 매우 싫다 0점)으로 평가토록 한 결과 포스트386은 북한 50점, 러시아 47점, 중국 41점 순으로 응답했다. 386은 러시아 50점, 북한 48점, 중국 43점 순으로 답했다.

두 세대가 가장 큰 차이를 보인 나라는 미국이었다. 포스트386은 35점을 준 반면 386은 그보다 후한 42점을 줬다. 일본에 대해선 포스트386이 36점, 386은 37점으로 비슷하게 평가했다.

◆통일 분야=한국종합사회조사(KGSS)에서 남북 통일의 필요성은 포스트386보다 386이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 남북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포스트386이 74%인 데 비해 386은 80%에 달했다. 남북 통일이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 역시 포스트386이 30%인 데 비해 386은 38%로 나타났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중앙일보 창간기념 여론조사에선 남북한이 통일돼야 한다는 의견이 65%였고, 이 중 '반드시 통일돼야 한다'는 17%였다.

신창운 여론조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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