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윤리 경영' 최우수 업체 뽑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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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S사의 한 직원이 협력업체에서 돈을 빌린 일이 적발돼 윤리규정에 따라 징계했습니다. 금융기관 대출금을 상환하려고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렸으나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이런 일을 한 것입니다.' (2000년 8월 22일)

'협력업체 직원을 고압적으로 대한 E사의 매장 직원 두명을 징계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임직원을 대상으로 협력업체를 존중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하도록 윤리교육을 실시했습니다.' (2000년 4월 25일)

지난해 12월부터 윤리강령과 실행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해 온 신세계는 이처럼 계열사의 치부를 바깥에 과감히 드러낼 정도로 강도높은 '윤리경영' 을 하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 임직원 독직 사건이나 직장 성희롱, 사외이사의 도덕적 해이 등이 잇따르는 가운데 신세계처럼 윤리경영을 강화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이와 관련, 반부패시민연대는 지난달 30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기업윤리 시스템의 필요성과 구축방안' 에 대한 세미나를 열고 30대 기업집단의 윤리강령 실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모임은 정부기관.기업 등의 부패를 감시하고 올바른 정책 대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의 한국본부 자격으로 설립된 시민단체다.

이날 세미나는 신세계를 최우수 모범 사례로 꼽았다. 선언적인 윤리강령 마련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세계는 기존 감사실을 확대 개편한 윤리경영실천사무국을 상설기구로 설치해 임직원의 부정행위를 막는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정한 직원에 대한 적발.징계 내용을 홈페이지에 띄워 사내외에 경종을 울리는 것을 비롯, 향응은 물론 1만~2만원 정도의 식사 대접만 받아도 그 내용을 사무국에 알리도록 했다.

최성호 사무국장은 "미국에는 제너럴 일렉트릭.시스코 등 존경받는 기업일수록 수익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면서 "이미지가 나쁜 기업은 거래처.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는 점에서 윤리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과제" 라고 말했다.

대한항공도 최근 감사실 안에 윤리강령 감시기구를 만들었다. 직장 내 부정행위를 주변 직원이 고발할 수 있는 신고센터도 만들었다.

반부패국민연대 조사에 따르면 현대.삼성.LG.SK 등이 1990년대 중반에 윤리강령의 골격을 갖췄고 중견그룹 중에는 대림.아남.코오롱 등이 비교적 정비된 윤리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거성 사무총장은 "전반적으로 강령 내용이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데다 이를 실천할 전담 조직도 드물다" 고 평가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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