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12억 묻힌 여수문예회관 처리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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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백12억원이 묻힌 애물단지' 옛 여천종합문예회관 공사장의 처리를 놓고 여수시가 고심하고 있다.공사를 재개해 완공시키냐,아니면 장소를 바꿔 새로 건립하느냐.설문조사도 해봤지만 여론의 향배가 정책결정의 근거로 삼을 수 있을 만큼 뚜렷하지 않아 지난 29일 공청회까지 했다.

◇옛 여천종합문예회관=삼려(三麗)시절 여천시가 현 통합 여수시 1청사(당시 여천시청)옆에 1992년 11월 착공했다.그러나 사업비를 대지 못해 기초·지하층만 공사한 채 종합공정 42% 상태에서 98년 2월 중단했다.투자한 예산이 약 5천평의 땅값을 뺀 순수한 공사비가 무려 1백12억1천1백만원.현재 공사장을 임시로 덮어놓은 상판 일부를 주차장으로 쓰는 정도다.

일을 너무 크게 벌인 결과다.당초 계획이 2백62억원을 들여 1천2백석짜리 대극장과 4백17석 소극장,국제회의도 가능한 전시동 등 지하 2층·지상 2∼3층·연건축면적 2만7천여㎡ 건물을 짓는다는 것이었다.목포시 문예회관의 3배 규모다.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사업비가 불어나 공사 마무리에 필요한 돈이 첨단설비시스템을 적용하면 3백92억원,일반적인 설비시스템을 해도 3백30억원에 이른다.

◇공사 재개 검토=98년 4월 1일자로 삼려 통합이 이뤄지고 통합 여수시가 공사 재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엄청난 예산이 들어간 곳을 무작정 방치할 수 없고 통합으로 커진 시세(市勢)에 걸맞는 공연·전시시설을 어차피 하나는 장만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사를 마무리해 여수시 종합문예회관으로 쓰려 하자 위치가 좋지 않고 비좁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견이 분분해 5월29일∼6월27일 각계 대표와 시민 등 약 3천5백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5%가 완공시켜 사용하자고 했다.

그러나 새로운 장소에 신축하자는 의견도 27%,당분간 공사 재개도 말고 신규 건립도 말자는 답변 또한 36%나 나왔다.

◇공청회의 의견들=29일 공청회에서 시의회 최철훈(38·시전동)의원은 “이미 많은 예산이 투자된 곳인 데다 오래 방치하면 안전성·내구력 등에 문제가 생긴다”며 공사 재개·완공을 주장했다.

또 신규 건립엔 2백억원 이상 더 부담해야 한다며 시가 감당할 능력이 있냐고 반문했다.여수시는 새 장소에 신축하려면 도심권은 약 7백억원,외곽은 약 6백80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여수대 김준옥(48·국문학)기획연구실장은 “문예회관은 공연·전시·행사 외에 체험·교육 기능도 해야 한다”며 장소를 새로 선정해 건립할 것을 주장했다.

부대시설을 많이 갖추고 아트 타운·빌리지를 이뤄야 하는데 현재의 자리는 너무 좁다는 것이다.공사하던 것은 사무공간이 부족한 시청사나 문화정보센터로 활용하자고 했다.

이에 대해 여수시 문화예술계 김태완씨는 “공청회 참석자 중에 ‘시급한 시설도 아니고 어떻든 많은 예산이 필요하므로 당분간 그냥 놔두자’는 의견이 상당히 많았다”며 종합적으로 검토해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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