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대표단 왜 비행기로 북에 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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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측의 '판문점 기피증' 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박재규(朴在圭) 통일부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은 29일 제2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당초 희망했던 판문점 육로 대신 서해 직항로를 통한 방북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판문점만은 피해 달라' 는 북측 입장이 워낙 완강해 밀고 당기는 승강이 끝에 결국 북측안을 수용한 것.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연락관 접촉에서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항공로 이용을 거듭 요청해 왔다" 고만 전했다.

때문에 ▶6월 말 금강산 적십자회담▶1차 서울 장관급 회담▶남측 언론사 사장단 방북▶8.15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북한 고려항공을 이용할 다음달 2일의 비전향 장기수 송환 등 정상회담 이후 주요 행사가 모두 판문점을 배제한 항공로.배편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북측의 판문점 기피는 지난 12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남측 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에서 한 발언에서 예고됐었다.

金위원장은 "50년대 산물이자 열강 각축의 상징인 판문점을 고립시켜야 한다. 개성 공업단지 조성이 잘 되면 판문점은 그대로 남겨 놓고 경의선 철길을 따라 새 길을 내야 한다" 고 말했다.

또 "6.25는 열강이 부추겨 우리 민족이 희생된 것" 이라며 "조선 문제는 민족끼리 동조해 새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고 덧붙였다.

이로 보아 대한적십자사가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문제 협의를 위해 다음달 5일로 제안한 적십자회담과 면회소 설치 등 협의에서 '판문점' 이라는 장소 때문에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유엔사 관할구역인 판문점을 기피하는 것은 판문점을 '외세 개입의 상징' 으로 격하시켜 남북 당사자간 현안 해결과 유엔사 해체라는 다목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 라고 분석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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