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위법성 의혹 4주간 강도 높은 조사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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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이 14일부터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를 받는다. 정해진 일정에 따른 것이지만, 최근 회장 선임을 둘러싼 인사 파문 탓에 검사의 강도와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주간 이뤄지는 이번 검사엔 40명의 금감원 검사담당 직원들이 나선다. 익명을 원한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은행 경영의 건전성에 대한 실태 평가를 하고 업무처리 전반의 적정성을 점검할 것”이라며 “업무처리에 문제가 있다면 (관련자에 대한) 계좌추적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의 강도가 통상적인 수준을 넘을 것이라는 의미다. 금감원은 지난달 16~23일 사전검사에서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사외이사들의 비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확보했다. 금감원은 이번 종합검사를 통해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금감원이 확인하려는 사안은 크게 KB금융과 국민은행이 각종 투자를 하면서 법규를 제대로 준수했는지와 고위 경영진 및 사외이사의 개인 비리 의혹이다.

투자 분야에선 국민은행이 2008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30.5%를 인수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BCC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8000억원을 썼지만 주가 하락으로 현재 2500억원의 평가 손실을 입고 있다. 또 이사회의 투자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사회에 투자 내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면 법규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지난해 5월 10억 달러 규모의 커버드 본드를 발행한 것도 조사 대상이다. 커버드 본드는 각종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다른 채권보다 발행 비용이 많이 든다. 당시 국민은행은 1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액면가의 4배에 달하는 40억 달러의 우량자산을 담보로 제공했다. 또 이 과정에서 외국계 은행에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몇 년이 지난 사안도 끄집어낼 방침이다. 금감원은 2007년 국민은행의 자회사인 KB창투가 영화 제작에 15억원을 투자했다가 흥행 실패로 손실을 본 것도 규명할 예정이다. 강 행장의 연임이 결정된 2007년 9월 국민은행 노조는 “실무진의 반대에도 영화 투자가 이뤄진 것은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라며 “입장권을 6만 장이나 사들였지만, 대부분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은행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강 행장이 은행 월급을 받는 운전기사 한 명을 개인 용도로 따로 사용했다는 점과 KB금융의 일부 사외이사들이 국민은행과 부적절한 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금감원의 중점 검사 대상이다.

KB금융과 국민은행 측은 “대부분 과거에 나왔다 소명이 끝난 문제”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BCC 투자는 투자이익보다는 해외진출 차원에서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커버드 본드 역시 당시엔 가장 적절하게 발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다음 달 10일 종합검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법규 위반 사항을 제재하는 데는 약 3개월이 걸린다. 법 위반 등이 확인되면 5월께 제재 수위가 결정될 수 있다. 임직원이 문책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최소 3년간 금융지주회사나 은행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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