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김정일이 회장이면 DJ는 전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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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5일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상도동 자택)은 퇴임 후 두번째다. 지난 6월 19일 YS가 김대중(DJ)대통령을 만났을 때 두 사람 관계가 복원된 것처럼 비춰졌지만 회견내용은 딴판이었다.

남북관계 진전에 대해 YS는 "김정일(金正日)이 회장이라면, DJ는 전무다.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있다" 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이제 DJ는 힘이 80% 내지 85% 없어졌다. DJ는 희망이 없다" 고 독설(毒舌)을 빼놓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나라당은 남북문제에 일부 긍정하면서 상호주의를 강조한다. 남북문제에 대한 입장은.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 남북한 양측이 합쳐 2백만 대군이 대치하고 있다. 군사를 축소해서는 안된다. 북한 김정일이 통일한국 대통령이고, DJ는 장관 정도 되는 것 같다. 장관도 안될 수도 있지…. 김정일이가 하라는 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 김정일이 회장이라면, DJ는 사장… 아니 전무도 안된다.

'통일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된다' 는 김정일의 있을 수 없는 발언에 대해 DJ든 야당이든 누구도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나마저 침묵하면 역사에 대해 죄를 짓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회견을 하게 됐다."

- 1994년 김일성(金日成)주석과 정상회담을 추진할 때와 다른 점은. 당시 6.25사과를 받으려 했었다는데.

"그때 나는 DJ처럼(저쪽에)자꾸 만나자고 한 것이 아니다. 당시 김일성이 카터를 만나 나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김일성은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은 전쟁까지 고려했다.

이번 정상회담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김일성은 상당부분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 문제(6.25전쟁 사과)를 제기하려 했다. 6.25로 엄청난 사람이 죽었다. 그런 데 대해 언급없이 남북문제를 말할 수 있나. "

- 현 정권이 절반을 넘어섰는데.

"내가 회견을 한다니까 DJ정권 평가를 할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오는데 나는 절반을 넘어섰는지도 몰랐다. 김대중의 2년반은 관심없다. 다만 DJ는 이제 힘이 80%, 아니 85% 없어졌다. 나는 DJ가 대통령이 됐을 때 경험도 많고 해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능력이 없다. 결과적으로 나라와 자신(DJ) 모두 불행해질 것이다."

이수호 기자.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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