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 지역 민심잡기에 열 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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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지방 백화점을 인수한 서울의 대형 백화점들이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지역 민심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방 점포에서는 가격.서비스 외에 지역친화가 중요한 경쟁력 요소로 떠오르자 장학금.문화사업 지원과 지역경제 살리기 활동 등을 정기적으로 하며 '남' 이 아닌 '한몸' 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서울 본점들은 문화행사 등에 현금을 내놓는 경우가 거의 없다.

롯데의 경우 '경남 연고기업' 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거액의 문화행사비를 지원하는 등 안간힘이다.

롯데 광주점 관계자는 " '짠 롯데' 라는 이미지와 달리 광주비엔날레 행사 한번에 5억원을 선뜻 내놓는 등 지역정서 달래기에 고심하고 있다" 고 말했다.

덕분에 롯데백화점의 경우 여름세일 동안 서울점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3% 늘어난데 비해 광주점(28%).부산점(22%) 등 지방점은 평균 2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 광주점 매출액도 19% 늘어났다.

◇ 지역경제 살리기〓현대백화점은 울산점 등에서 향토기업 제품을 몰아냈다가 지역상공인과 소비자단체로부터 반발을 사자 부산점 개점 때 9백63개 협력업체 중 3백76개를 향토기업으로 유치했다.

향토기업의 판로개척을 위해 '지역경제 살리기 바자' 를 분기에 한번꼴로 열어 지역민심을 달래고 있다.

지난 17일 개점한 신세계 마산점도 경남ㆍ마산지역 우수협력업체 32개를 추천받아 이마트 26개점을 통해 판매망까지 터줬다.

서울과 같은 매장 구성을 한다는 이유로 향토기업 제품을 몰아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지역 고용창출에도 힘쓴다. 롯데 광주점은 직원 3천1백명 중 2천9백여명을 지역출신으로 선발했다. 신세계 마산점은 2천3백80명의 97%를 현지인으로 고용했다. 최근 개점한 까르푸 순천점도 직원의 90%를 지역민으로 뽑았다.

현대 관계자는 "현지고용에다 잦은 바자 덕분에 점차 지역 소비자단체와 여론이 우호적으로 돌아서면서 매출이 늘어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 문화사업 지원 및 봉사〓롯데 광주점은 98년 개점 이후 광주비엔날레에 6억5천만원을 지원했다. 영.호남 미술전과 광주 패션디자인 경진대회도 후원했다.

지난 3월 개점한 대전점은 대전 갑천문화제.오태석 연극제.충청 우표전시회 등 15건의 문화행사에 각각 1천만 정도의 후원금을 줬다.

신입사원은 하룻동안 불우이웃 현장체험을 해야 한다. 부산점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5천만원을 기부한데 이어 올해도 준비 중이다.

신세계 광주점은 광주비엔날레에 95년 개장 이후 모두 7억5천만원을 지원했다. 순이익의 30%에 달할 정도로 큰 금액을 내놓았다. 어린이 그림잔치도 열어 지역민과 가까이 하고 있다.

신세계 광주점은 혼자사는 노인에게 일정 금액의 생활비를 지원하고 이마트 지방점은 50여명에게 고추장을 담가주며 화합을 다지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방의 부를 서울로 유출한다는 지역 여론과 상공인들의 오해가 심해 문화사업이나 장학금으로 환원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려고 노력한다" 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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