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나이지리아 아바타’ 잠비아 잡는 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자블라니를 잡아라.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에 적응하는 게 대표팀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루스텐버그에서 훈련 중인 대표선수들이 자블라니를 앞에 두고 러닝을 하고 있다. [루스텐버그=연합뉴스]

‘아프리카를 잡아라.’

새해 첫 평가전에 나선 허정무팀의 화두다. 상대는 아프리카의 복병 잠비아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9일 오후 11시30분(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란드스타디움에서 잠비아와 일전을 벌인다. 루스텐버그에서 전지훈련 중인 대표팀은 8일 오후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해 한 차례 훈련 뒤 경기를 한다.

잠비아는 8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비공개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허정무팀은 잠비아전을 통해 나이지리아의 전력을 상대 비교할 수 있는 데다 경기장이 해발 1753m에 위치해 있어 고지대를 제대로 체험할 기회를 잡았다.

◆아프리카 예방주사=아프리카 축구는 흑인 특유의 힘과 탄력, 스피드가 특징이다. 최근에는 유럽의 세련미까지 더하며 유럽과 남미를 위협하는 새로운 강자로 자리 잡았다.

가나는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에서 홍명보팀을 8강전에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나이지리아 역시 FIFA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이광종 감독이 이끈 한국을 꺾고 준우승했다.

유독 아프리카에 약했던 한국 축구는 남아공 월드컵 B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나이지리아와 맞붙는다. 허정무팀은 잠비아전을 통해 아프리카 축구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기회를 갖는다.

잠비아는 예상보다 강한 팀이다. 8일 나이지리아전에서도 우세한 경기를 펼쳤고 지난해 11월에는 월드컵 본선에 오른 북한을 4-1로 대파했다. 10일 앙골라에서 개막하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본선에도 올랐다. FIFA 랭킹은 84위로 한국(52위)보다 아래지만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잠비아-나이지리아전을 현장에서 지켜본 김세윤 대표팀 비디오분석관은 “포백과 미드필더의 호흡이 좋다. 수비 시에는 전면 압박을 가한 뒤 실패할 경우 빠르게 수비라인을 끌어내리는 등 연습이 잘된 팀”이라고 말했다.

◆국내파 옥석 가리기=박지성(29·맨유)·이청용(22·볼턴) 등 유럽파 주축들이 빠진 현재 대표팀 분위기는 폭풍 전야다. 이번 전훈 평가에 따라 월드컵 출전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경쟁자들끼리 한 방을 쓰도록 한 뒤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월드컵 본선에서 활약할 만한 선수를 찾고 싶다”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4-4-2 포메이션을 가동할 잠비아전에는 31세 동갑내기 이동국(전북)과 노병준(포항)이 투톱으로 나선다. 19세이던 98 프랑스 월드컵 네덜란드전을 뛰며 기대를 모았던 이동국은 12년 만의 월드컵 본선행을 노린다. 2002년에는 히딩크 감독의 낙점을 받지 못했고 2006년에는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월드컵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MVP인 노병준은 늦깎이 태극전사의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박지성과 이청용의 빈 자리는 염기훈(울산)과 김재성(포항)이 메우고, 김정우(광주)와 신형민(포항)이 중원을 지킨다. 수비라인에는 조용형(제주)과 이정수(가시마)가 변함없이 중앙 수비를 맡는 한편 좌우 풀백은 이영표(알힐랄)와 차두리(프라이부르크) 대신 최철순(전북)과 오범석(울산)이 나선다.

루스텐버그(남아공)=김종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