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반한 책] 유진 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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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티티새』(민음사)를 읽었다. 친구 손에 들려 있던 책을 넘겨 받아 몇 장 읽다가 단박에 읽어버린 것이다. 그동안 소설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뜻밖의 일이었다. 최근 국내에 번역본이 많이 나오는 요시모토라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과 그의 문체가 지닌 매력 때문이었던 것 같다.

『티티새』는 주인공 소녀 마리아가 불치병을 앓고 있는 이종사촌 츠구미의 집에 얹혀 살며 겪는 일을 말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이유 때문에 버릇없이 자란 츠구미는 마리아를 함부로 대한다. 첩의 자식으로 자라나 마음 속에 상처를 안고 사는 마리아는 그런 츠구미를 지켜보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결국 둘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이야기는 츠구미의 부모가 운영하는 해변가 여관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책에는 바닷가의 한가로운 풍경이 담겨 있다. 읽다보면 마치 바닷가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작가의 글은 흡인력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동화풍의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극적인 요소도 별로 없고, 특별한 교훈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는 『티티새』는 요즘 다시 읽고 있는 J M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동녘)와 마찬가지로 소녀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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