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 근심일랑 잠시 꺼두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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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OFF학
오마에 겐이치 지음
이수미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336쪽, 1만6000원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가 현대 경영의 구루로 꼽은 아시아의 대표적 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가 오프(OFF·휴식)학을 들고 나왔다.

온(ON·일)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오프의 밀도와 질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 말하자면 잘 쉬고 잘 노는 사람이 성공도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너무나 당연한 말씀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게 쉬운 일이냐”고 반문한다. 갈수록 강해지는 업무 강도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기계발의 압박, 사회 생활의 필수코스로 여겨지는 회식 참석 등 수많은 일이 발목을 잡고 머리를 짓누르는 탓에 제대로 노는 것은 언감생심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곰곰히 따져보면 우리는 온과 오프를 잘 오가지 못한 채 고장 난 스위치처럼 어정쩡한 상태로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도 하지 않고, 걱정만 하면서 넋을 놓고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많던가.) 때문에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 되기 전에 방전을 해대듯 자신을 소모하고 있다는 것이 오마에의 주장이다.

시간과 자원 관리는 잘 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오마에는 시간과 돈을 재배분해 오프 계획을 세우라고 충고한다. 우선 퇴근 후 쓸데없이 동료와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며 회사 이야기나 뒷담화에 열을 올리거나, 멍하게 TV나 쳐다보는 등 온과 오프 사이의 회색 지대에 버려지는 시간을 줄이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확보한 시간에 노는 시간을 침해하는 일들-잡무나 자기 계발을 위한 공부 등-을 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마음의 부담 없이 놀 수 있는 기본 여건이 조성된다.

어줍지 않은 기분 전환을 위해 자신이 가진 자원을 헛되이 낭비하지 말라는 조언도 이어진다. 사소한 불완전연소를 몇 번 반복하기보다 횟수는 적어도 화끈하게 완전연소를 하는 것이 오프를 누리는 비법이라는 설명. 말하자면 선택과 집중인 셈인데, 이를 위해 연초에 연간 오프 계획을 세울 것을 권한다. 계획을 세워야 시간의 배분을 할 수 있고, 오프를 위한 자금 조달 방안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팍팍한 장삼이사의 삶과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에 고까운 마음도 들지만, 취미 만들기와 휴일 즐기기부터 좋은 배우자와 부모가 되기 위한 가정 경영법, 육아법과 노후 계획까지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가 67년간 살아온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엮은 조언은 귀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다. 분명한 건,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예전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처럼 잠시 꺼두셔도 좋다는 것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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