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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인간배아 복제 규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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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의학연구 목적에 한해 인간배아 복제실험을 허용한 영국 정부의 결정에 유럽연합(EU) 집행위의 과학.신기술 윤리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윤리위원회의 노엘 르누아르 (프랑스 헌법재판소 판사.여) 위원장은 20일 프랑스 일요신문인 '주르날 드 디망시' 와 회견에서 의학연구 목적의 인간배아 복제를 EU 차원에서 규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EU는 인간을 재생하는 목적의 복제만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영국 정부의 결정은 법률적으론 문제가 없다" 면서도 " 인간복제 연구가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에 비록 의학연구 목적이라도 이를 윤리차원에서 제한할 것" 이라고 말했다.

르누아르 위원장은 "윤리위가 인간배아 복제를 제한하는 구체적인 규정을 곧 마련할 것" 이라며 "영국은 우리가 결정할 때까지 인간배아 복제 허용을 보류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EU집행위 과학.신기술 윤리위원회는 회원국에서 뽑힌 12명의 위원이 과학.기술과 관련한 윤리문제를 논의하고 회원국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규제안을 마련해 권고할 수 있다.

따라서 윤리위원회가 EU 내에서 인간배아 복제실험을 금지토록 권고할 경우 영국은 배아복제 연구의 허용으로 각종 만성.유전질환 치료법 개발의 선두에 서려던 계획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비록 권고안을 당장 따르지 않더라도 EU에 소명을 해야 하고 국제협력에도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

르누아르 위원장이 인간배아 복제실험을 규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국제사회에 생명윤리와 관련한 각종 연구를 규제하는 움직임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1997년 복제양 돌리 탄생 이후 인간복제 연구에 연방자금을 지원할 수 없도록 했으며, 프랑스와 스페인은 94년부터 생명윤리법을 만들어 인간배아 연구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인간배아 연구로 난치병.유전병을 치료할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이 큰데다 최근 지놈 해독과 관련해 생명공학의 중요성이 대두하자 각국 과학자들은 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도록 정부에 요구해 왔다.

이에 프랑스도 생명윤리법을 개정해 인간배아를 여러가지 조직으로 바꾸는 연구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도 국립위생연구소(NIH)가 정부예산으로 이를 연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최근 상원에 제출했다.

일본 정부도 난치병 치료를 목적으로 인간 장기 등을 복제하는 연구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올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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