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북한에 큰 관심…방북 가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교황님은 우리나라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분입니다. 생전에 북한도 한번 방문하고 싶어하시더군요. 조금만 여건이 좋아지면 방북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

지난달말 교황 요한 바오르 2세를 직접 알현하고 온 봉두완(66)대한적십자사 부총재는 교황 방북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봉 부총재는 독실한 천주교신자들만 엄선해 지도자교육을 시키는 세계 꾸르실료협의회의 전임 의장 자격으로 지난달 29일 로마 베드로광장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교황을 알현하는 기회를 얻었다.

교황은 발아래 무릎을 꿇은 봉 부총재에게 한국말로 '찬미예수' 라고 말했다. 이어 봉 부총재의 고향이 이북(황해도 수안)이라고 하자 교황은 "북한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 아는 것이 있으면 얘기해달라" 며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제가 가장 걱정되는 것은 연로하신 교황님(80)의 건강입니다. 앞으로 북한을 방문하려면 무엇보다 오래 사셔야 할텐데... "

항상 웃음 얼굴, 영어와 우리말을 섞어 툭툭 던지는 소탈한 말투인 봉 부총재도 교황의 건강을 얘기하면서는 얼굴이 잔뜩 무거워진다.

봉 부총재는 광운대학교 교수겸 방송진행자로 새벽 5시부터 하루를 쪼개가며 바쁘게 살면서도 천주교 관련 활동에 제일 열심이다. 1958년부터 성당을 다녔지만 나이가 들수록 교회일에는 더 열심이라고 한다.

"한 십년 엉뚱한 짓 하다가 이제야 정신을 차린 거지. 그때까지만 해도 출세를 생각했는데, 이제는 살아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야. 그렇게 축복을 받고 사니까 나보다 가난한 사람, 불행한 사람을 위해 일하는 거지 뭐. "

'엉뚱한 짓' 이란 정치권에 뛰어들었던 80년대를 말한다. 88년 공천에서 탈락하고 실의에 빠져있던 그는 김병일 신부로부터 "진흙밭의 개싸움보다 하느님의 사업을 하라" 는 얘기를 듣고 정치에 대한 미련을 털어버렸다.

이후 지금까지 맡은 '봉사의 감투' 만 해도 서울대교구 한민족복음화추진본부 회장.라자로돕기 회장.장애인걷기운동본부 고문 등 활달한 성격만큼이나 많다.

"나보다 못난 사람들과 함께 사니까 기분이 좋아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다" 는 그는 고희(古稀)를 눈앞에 둔 나이를 잊고사는 듯 했다.

오병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