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재단 이사장 복권업자에 특혜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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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6일 향응 등을 받고 복권 도매상이 70억원대의 과학기술복권을 외상 구입하도록 묵인한 혐의(업무상 배임.뇌물수수)로 과학기술부 산하 과학문화재단 이사장(차관급)인 조규하(曺圭河.66.사진)씨를 입건, 조사 중이다.

그는 이와 관련, 지난 3일 이사회에 사표를 제출했다.

경찰은 또 복권 도매상으로부터 2억5천만원을 받고 曺이사장과의 사이에서 외상거래를 알선한 혐의(배임수재)로 이 재단 산하 ㈜과학기술복권 전 영업부장 조인호(曺仁鎬.46)씨를 입건, 구속을 검토 중이다.

曺씨를 통해 외상 거래를 한 후 복권대금을 갚지 않은 복권도매상 대표 J씨(28)도 배임증재.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曺이사장은 지난해 10월 영업부장 曺씨로부터 복권도매상 J씨에게 무담보로 외상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주면 후사하겠다는 제의를 받았다는 것.

曺이사장은 이사회의 의결없이 같은 해 12월 장당 1천7백20원짜리 새천년 더블복권 50만장과 3백70원짜리 즉석식 복권 6만장 등 시가 9억여원대의 복권 59만6천장을 외상 공급토록 하는 등 지난 6월까지 73억여원의 복권을 J씨에게 무담보로 제공토록 묵인한 혐의다.

과학기술복권측은 J씨의 지불불능 상태로 14억원대의 부실 채권을 안게 됐다.

과학기술부가 출자해 재단이 관리하는 과학기술복권은 현금 판매를 원칙으로 하며 예외적으로 외상 거래시 담보를 잡고 재단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돼 있다.

曺이사장은 이 과정에서 영업부장 曺씨로부터 지난해 12월부터 네차례에 걸쳐 3백70만원대의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曺이사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의 S호텔에서 曺부장으로부터 여대생을 소개받는 등 2명의 여성을 소개받기도 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曺이사장은 "기술복권의 曺부장이 내 이름을 빙자해 외상거래를 독단적으로 추진한 것" 이라며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떤 제의나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 고 밝혔다.

그는 또 "曺부장과 술집에 간 사실은 인정하지만 무리한 향응 접대를 받은 적은 없고 여자를 소개받았지만 호텔에서 차만 마시고 헤어졌다" 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과학기술복권측이 이사회에 외상판매 안건을 올리지도 않아 진상을 지난 3월 초에야 알게 돼 자체 감사를 지시했었다" 고 해명했다.

경찰은 "曺이사장이 혐의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으나 이번주 중 검찰 지휘를 받아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曺이사장은 언론계 출신으로 전경련 전무.부회장을 오래 지낸 뒤 전남도지사를 거쳐 1996년 현직에 임명됐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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