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더불어] 일시적 고아에 '사랑의 울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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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말썽꾸러기 준형이(6)는 요즘 제법 의젓해졌다.

엄마가 데려온 동생 지연이(2.여.가명)의 기저귀도 가져다주고 세수도 혼자 힘으로 한다.

지난달 4일 엄마 윤보은(尹寶恩.33.여.서울 양재동)씨가 1년 조건으로 지연이를 수양딸로 데려오면서 생긴 변화였다.

尹씨는 대한수양부모협회(회장 朴英淑.46)로부터 '친부모가 집을 나가 할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자라고 있는 지연이를 3년간 돌봐줄 사람을 찾는다' 는 사연을 우연히 듣고 지연이를 맡게 됐다.

尹씨는 "입양보다 부담이 적으면서도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 좋다" 며 "손녀를 데려가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지연이에게 더 잘해줘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고 말했다.

수민이(11.여.가명)를 10개월째 키우고 있는 임영민(林英敏.여.48.경기도 김포시 풍무동)씨 가정은 수민이가 결손가정에서 자라며 생긴 도벽.자폐증상 등을 치유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林씨는 "학교에서 '왜 아버지 성과 다르냐' 며 놀리는 아이들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 했다" 며 "주위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하다" 고 말했다.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대안으로 '수양부모 제도' 가 떠오르고 있다.

이 제도는 이혼.별거.경제적 문제 등의 이유로 일시적 고아가 된 어린이들을 일반 가정에서 일정 기간 데려다 기르는 것이다.

수양부모협회를 통해 현재 수양 가정 43곳에서 54명의 위탁아동이 생활하고 있다.

1998년 4월 설립된 이후 1백36명이 수양 부모의 보호를 받다 친부모의 품에 되돌아갔다.

수양부모제는 어린이가 자신의 가정으로 복귀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어 친부모와의 생이별이란 상처를 주지 않는 장점이 있다.

수양부모협회는 ▶부모 중 한명은 직업이 있고▶방이 3개 이상이며▶같은 성별의 친자녀가 있는 가정에 불우 아동을 연결해 주고 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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