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e-폴리틱스] n세대 구미 못당기는 개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그들' 은 평양 순안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보곤 "양배추인형같은 머리 스타일과 선글라스가 인상적인 사람" 이라고 했다.

그리곤 "복잡하게 통일을 꼭 해야 하느냐" 는 질문으로 쉰세대를 당황하게 만든다. '그들' 중 국무총리 이름을 아는 이는 거의 없고, 민주당 대표가 누구냐고 물으면 "퀴즈하냐" 고 뚱한 답변만 되돌려 보낸다.

1977년 이후 출생한 만 23세 이하로 인터넷에 길들여진 세대. n세대 '그들' 은 경제.문화.사회 흐름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 TV광고는 이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정치의 세계에선 n세대는 이방인지대에 머물고 있다. 6일 낮 서울 신촌에서 만난 빵빵(2000년 입학)학번 대학생 3명과의 대화는 이랬다.

- 총리 이름을 아나.

"김종필씨던가...(다른 학생이 끼어들며)아냐. 지난번에 인사청문회가 있었잖아. "

- 정치에 왜 관심이 없나.

"우리와 상관없는 일로 자기들끼리 싸움만 벌인다. 왕따문제를 어떤 국회의원이 말했다는 신문 기사를 본 적 있는데 깜짝 놀랐다. 국회의원 중에도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구나 했다."

정치권과 공직사회, 재계에선 개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이 또한 n세대의 구미를 당기지 못한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젊은 마당 '우리들의 얘기' 에 8월 들어 올라있는 1백6건의 글 중 개각과 관련된 건 한 건도 없다.

"새 장관이 누가 되는지는 세파에 물든 윗세대들의 얘기다." 미래정치의 주 수요층인 n세대의 정치 무관심은 한국정치의 심각한 고민이다.

"그들의 정치 외면 현상이 지속될수록, 기득권세력이 중심인 구 정치구조가 공고해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때문" (선관위 임좌순사무차장)이다.

박승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