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수평적 제휴' 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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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다국적 기업과 국내 기업 간의 '수평적 사업제휴'가 늘고 있다. 전통적인 인수.합병(M&A) 대신 필요한 부분에서만 제한적으로 협력하는 방식이다. 다국적 기업 입장에선 M&A에 따른 고용승계 등의 부담을 덜 수 있고, 적은 비용으로 국내에서 취약한 부분을 보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 기업들도 매출을 늘리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적극적이다. 제휴 형태는 ▶합작법인 설립▶신제품 공동개발▶유통망 빌려 쓰기▶애프터서비스 제휴 등 다양하다.

세계 유수의 화학기업인 듀폰은 30일 제일모직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계약을 했다. 양사가 1500만달러를 5 대 5로 투자해 경북 구미에 2005년까지 첨단 부품소재인 'FCCL' 필름을 생산하는 라인을 완공할 계획이다. FCCL 필름은 휴대전화.디지털카메라.PDP 등의 회로기판에 쓰이는 소재다. 듀폰이 필름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고, 판매는 제일모직(국내)과 듀폰(해외)이 나눠 맡는다. 크래그 네일러 듀폰 부사장은 "제일모직이 국내 사정에 밝고 우수한 제조기술을 가지고 있어 합작법인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네슬레는 올 초 서울우유와 제휴해 새로운 이유식(앙팡밀)과 수유하는 엄마들을 위한 영양우유(앙팡맘)를 출시했다. 제조.판매.마케팅 등을 각자 강점이 있는 부문에 따라 나눴다. 브랜드 이름 '앙팡'은 서울우유의 것을 네슬레가 로열티를 지불하고 쓴다. 액상 제품인 앙팡맘은 서울우유에서 제조하고 분말 형태인 앙팡밀은 네슬레 청주 공장에서 제조한다. 유통.판매는 대형 할인점은 네슬레가, 동네 소매점은 서울우유가 담당한다.

네슬레는 또 커피와 핫초코 제품은 농심과, 초콜릿 제품은 해태제과와 유통 제휴 계약을 하고 있다. 한국네슬레 관계자는 "유통 판매망을 제휴한 뒤 시장 점유율이 약 10% 높아졌다"고 말했다. 프랑스 알프스의 천연 미네랄 생수인 에비앙은 지난 4월 국내 독점 유통권을 ㈜롯데칠성음료에 주고 판로를 백화점.편의점은 물론 할인점.소형 수퍼마켓 등 다양한 매장으로 확대했다. 에비앙은 유통망을 확대하는 효과를 봤고, 롯데칠성음료는 제품 품목을 늘리게 됐다.

DHL코리아는 지난 24일부터 국내 최초로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에서 국제 특송 서비스 접수를 받는다. 고객이 수도권 지역 537개의 세븐일레븐 점포에 들러 특송을 맡길 수 있다. 지금은 0.5㎏ 이하 서류에 제한돼 있지만 점차 다른 물품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DHL코리아 배광우 사장은 "소비자들이 가까운 편의점에 정오까지 물건을 맡기면 당일 발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외산 가전업체들은 국내 애프터서비스 전문회사와 제휴하고 있다. 이미 백색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 소형 가전 테팔, 로봇 청소기 룸바가 대우전자서비스와 손을 잡았다. 10월부터는 코닥 디지털카메라도 대우전자서비스와 제휴한다. 질레트와 브라운은 서비스센터에서 애프터서비스뿐 아니라 판매까지 해준다. 이동희 차장은 "대우전자서비스는 애프터서비스를 대행해주는 전문회사라 외국 가전업체에서 먼저 의뢰가 들어온다"며 "우리는 매출을 올려 좋고, 외산 가전업체들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망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비용할 수 있어 윈-윈"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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