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응급상황 과속운전까지 처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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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6월 1일 오전 2시쯤 인천시 연수동에서 길을 걷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무릎 인대에 손상을 입었다.

통증이 심해 빨리 병원 응급실에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황이 없었다.

시간이 늦은 데다 장소도 한적해 택시를 잡을 수 없었고 휴대전화도 갖고 있지 않아 힘든 발걸음으로 부근에 세워뒀던 승용차로 되돌아 갔다.

클러치를 밟아 보았더니 운전은 할 수 있는 상태여서 집 근처에 있는 적십자병원으로 향했다.

빨리 병원에 가야한다는 마음에 차를 빨리 몰았는데 신연수역 부근 8차선 도로를 지나다 가로수 뒤에 숨겨져 있는 이동카메라에 빨간불이 깜빡이는 걸 느꼈다.

결국 1백3㎞가 찍혀 속도위반 딱지를 뗐지만 통증이 심해 그 당시엔 제대로 사정을 얘기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래서 얼마 후 응급진료확인서.진단서.진료입원확인서.진술서 등을 준비해 인천 연수경찰서 교통계를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실무자는 정상참작이 될 수 없으니 이의가 있으면 절차를 밟아 재판을 하라고 말할 뿐이었다.

일반 시민이 이런 일로 소송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텐데도 '법대로 하라' 는 말만 되풀이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중한 범죄를 저질렀을 지라도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으면 형량을 줄여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물며 응급상황에서 속도를 위반한 것에 대해 벌금까지 물리려는 것은 행정편의적 업무처리라고밖에 볼 수 없다.

김원복.인천시 연수구 연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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