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국금융물 가격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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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현대그룹이 지난 5월 말 발표한 자구계획의 조속한 이행을 놓고 정부 및 채권단과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 해외 금융시장에서 한국물의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현대측이 시장이 신뢰할 만한 자구계획을 조속히 실천하지 않을 경우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다시 체결하는 한편 현대건설에 대한 자금회수에 나설 가능성을 강력히 경고했다.

2일 한국은행 및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외평채) 10년물의 가산금리가 지난달 25일 2.05%에서 지난 1일엔 2.18%로 불과 1주일새 0.13%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외평채 가산금리는 현대건설 유동성 사태가 터져나온 지난 5월 하순 연중 최고치인 2.65%까지 급등했다가 오너 3부자의 퇴진과 현대자동차 계열분리 등을 골자로 한 현대측의 자구계획 발표를 계기로 반전, 6월 이후 꾸준히 내림세를 나타냈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1주일 동안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의 외평채 가산금리는 보합세를 유지했으나 유독 우리나라만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면서 "외국 투자가들이 현대그룹의 구조조정 지연을 국내 시장에 대한 악재로 해석하고 있다는 방증" 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발행한 외화 후순위채의 가산금리(미국 재무부채권 기준) 역시 5월말 이후 지속된 내림세에서 벗어나 지난 1주일새 껑충 뛰어올랐다.

현대그룹의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의 외화 후순위채 가산금리가 지난달 24일 6.87%에서 1일엔 7.18로 0.31%포인트나 상승한 것을 비롯, 같은 기간 중 한빛은행의 가산금리는 6.43%에서 6.57%로, 조흥은행은 5.98%에서 6.16%로 크게 올랐다.

이와 관련, 외국계 C은행 고위 관계자는 "현대 등 재벌기업 자금난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우려 때문에 한국물의 가격은 개별 기관의 신용도와 상관없이 전반적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면서 "하루 빨리 현대그룹이 시장에 대한 약속대로 구조조정을 단행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이같이 시장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감에 따라 현대그룹 채권단은 2일 ▶현대차 및 중공업의 조속한 계열분리▶현대그룹 오너 3부자 퇴진▶계열사 및 대주주가 보유 중인 유가증권 매각 등 강력한 자구책을 재차 촉구했다.

채권단은 현대가 성의없이 대응할 경우 지난해말로 만료된 재무구조개선약정을 현대측과 다시 체결해 자구책의 이행을 강제하는 한편 지난달 26일 은행장 회의에서 도출된 현대건설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에 대한 만기연장 합의를 파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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