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방울 넣는 기술로 탄소배출 제로 도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관련사진

photo

올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사인전시회에서 GL코리아 직원이 바이어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투명한 물이 공중에서 얼어붙어 내리는 눈은 왜 흰색일까? 노란색인 맥주의 거품은 왜 하얀색일까? 난센스 퀴즈 같은 이 호기심을 파고들어 세계시장을 호령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낸 기업이 있다. 광확산판 전문업체 GL코리아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저탄소 광확산판 에어텍글라스는 빛의 속성을 이용했다.

GL코리아 광확산판 ‘에어텍글라스’ 인기 #조명 커버·광고판 30% 더 밝게 … LED TV 부품용 제품도 준비 중

맥주 거품이 흰색으로 보이는 것은 빛의 난반사 현상 때문이다. 눈이 흰색으로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 에어텍글라스의 핵심은 ‘에어셀’이라는 기포 즉 공기방울이다. 육안으로는 불투명한 흰색 판재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투명한 합성수지와 기포만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에어텍글라스다. 기포가 들어가는 만큼의 원료가 절약되기 때문에 원가 절감에도 성공했다.

01 공기방울 넣어 원가 절감

광확산판은 쉽게 말해 강한 광원을 사방으로 흩뿌리는 패널 혹은 필름이다. LED 등 광원은 직진 특성을 가졌기 때문에 빛을 고르게 분산시켜 주는 광확산판은 필수다. 집안에서도 거실등 커버, 조명기구 등으로 쓰인다. 옥외 광고판에도 쓰이며 특히 LCD·LED TV 등 평판TV에는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다.

GL코리아의 에어텍글라스가 유명세를 떨치게 된 것은 정부가 탄소배출량 감축을 의무화하면서부터다. 최근 막을 내린 코펜하겐 기후협약 이전인 지난 11월 17일 정부는 CO2 감축 목표치를 확정 발표했다. 저탄소 대체품 개발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제품이 탄소배출량 감축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에어셀 광확산 시트의 원료가 합성수지 중 가장 친환경적인 폴리프로필렌(PP)이기 때문이다.

석유에서 파생되는 제품으로 유해가스가 없어 인체에 무해한 제품이지만 생산량이 많고 공정을 많이 거치지 않기 때문에 원가가 저렴하다. 여기에 미세한 에어셀 입자들을 균일하게 함유시키는 무가교 발포공법을 거치면 재활용이 가능한 저탄소, 저비중, 저중량의 제품이 만들어진다. 이 제품 생산 시 발생되는 CO2 배출량은 지금까지 많이 쓰여왔던 아크릴 시트 CO2 배출량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02 기존 아크릴 시트는 CO2 배출량 5분의 1

정부가 확정 발표한 탄소배출량 감축안은 2005년 대비 -4%.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2020년에는 예상 탄소배출량인 8억1300만t 대비 2억4400만t을 줄여야 한다. 이는 휘발유 승용차 9272만 대가 연간 배출하는 양이고, 한국 면적의 4배에 달하는 400㏊의 잣나무 숲이 연간 흡수하는 CO2의 양과 같다.

지금과 같은 제품, 기술로는 당연히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한국의 1997~2007년 CO2 배출량은 OECD 국가 중 6위며 전 세계 9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다. 코펜하겐 기후협약을 계기로 나라마다 구체적인 이산화탄소 감축계획이 가시화되고 있다. 에어텍 글라스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저탄소 에어셀(Air Cell) 광확산 시트다.

향후 기존의 아크릴 시트를 대체해 조명, 간판 커버, 전자 디스플레이 부품 등에 사용돼 국내 탄소배출량 감축에 일조하게 된다. 2008년 국내 아크릴 소비량은 29만t.

이 중 3분의 1인 10만t을 저탄소 제품으로 대체하면 연간 5만4310t의 CO2 감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휘발유 승용차 2만673대가 연간 배출하는 CO2 총량에 달하고, 여의도 면적 31배의 잣나무 숲(8900㏊)을 조성해 얻을 수 있는 CO2 감축 효과와도 같다.

03 인체 유해성분 검출 안 돼

기존 아크릴 시트의 경우 투명한 아크릴에 백색 안료나 광확산제를 첨가시킴으로써 조명의 밝기를 반감시키고 광원 본래의 색상을 왜곡시키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GL코리아의 기포광확산판인 에어텍글라스는 빛을 차단하는 광확산제나 백색 안료의 투입이 없어 광투과성은 물론이고 색상의 왜곡 현상도 방지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발포로 인해 부여되는 특유의 탄성으로 내충격성을 향상시켰으며 크랙 없이 직접적인 나사못 작업도 가능하다. 공기방울이 들어가 구부려도 쉽게 깨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공기방울은 제품의 원료 비중을 낮춰 원료 사용량을 절감시켜 가격경쟁력도 갖게 해준다. 실제로 중국산 일반 제품보다도 약 30% 저렴하다.

원료인 폴리프로필렌(PP)의 특성상 무가교 발포 공법으로 제조하면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은 영국 산업규격의 연기독성 테스트 결과로 증명했다. 연기독성지수가 동종 제품 최저수준인 0.68이고, 할로겐 성분도 검출되지 않았다.

04 美 GM·日 스기하라에 대량 수출

GL코리아는 에어텍글라스를 출시한 직후인 지난해 10월 일본 조명업체인 스기하라에 2년간 400만 달러 규모를 수출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각종 환경규제가 까다로운 유럽시장에서도 크게 호평을 받고 있다. UL인증이 완료되는 올 연말부터는 본격적인 미국시장 진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도 GL코리아는 미국의 GM에 LED 기판조명장치 부품으로 에어텍글라스를 연간 40만 개씩 공급하고 있다. 2007년 대한민국 특허대전에서 동상을 수상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포광확산판 에어텍글라스는 현재 미국, 일본, EU, 중국, 인도, 멕시코 등에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꾸준한 품질관리와 제품 인증으로 올 초부터 본격적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에어텍글라스는 SK뷰 등 유명 아파트 단지의 조명 커버로 채택되고 광고시장 및 디스플레이 부품으로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다.

“몇 년 안에 매출 300억원 무난”

민사현 GL코리아 경영본부장 인터뷰

민사현 GL코리아 경영본부장은 “현재 조명, 광고판 등에 쓰이는 에어텍글라스의 에어셀 공법은 지금이 시작”이라며 “평판TV의 주요 부품인 광확산 부품을 양산해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까지 갖추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민 본부장은 “신규 아파트 단지 등에 본격적으로 제품이 들어가는 올해부터 연매출 50억원은 가능할 것”이라며 “몇년 안에 연매출 300억원대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동일한 크기의 광확산 제품에 비해 싼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특허를 낸 에어셀 공법은 제품 전체에 기포를 균일하게 섞는다. 이렇게 되면 그만큼의 원료 비용이 절감된다. 에어셀 공법을 통해 기존 제품보다 30% 절감 시키는 강점이다.”

>> 밝기가 더 밝아지는 원리는 무엇인가?

“우리 제품은 미세한 공기방울을 두께 1mm~3mm 정도의 얇은 폴리프로필렌 시트에 균일한 크기로 집어넣는 에어셀 기술로 생산된다. 특별한 첨가물질이 없어도 빛 투과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 국내외에 특허를 많이 냈다고 들었다.

“국내 특허는 받았고 30여 개국에서 특허를 출원했다. 정부에 신개발우수제품(NEP) 신청을 했고 조만간 선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 향후 사업 전개 방향은 무엇인가?

“현재 LED TV에 필수적인 광확산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에어셀 공정을 사용하면 기존 TV에 들어가는 광확산 시트보다 훨씬 우수하면서 무게도 가벼운 제품을 만들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저탄소 제품이므로 TV 생산에서 나오는 전체 탄소배출량을 줄여주게 된다.”

일산=한정연 기자·jayhan@joongang.co.kr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