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모리내각 '낙하산 인사'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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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 4일 출범한 제2차 모리 요시로(森喜朗)내각 각료의 임기는 올 연말까지다. 내년 초 중앙 부처가 현재의 1부 22성.청에서 1부 12성.청으로 통폐합돼 대규모 개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땜방 내각인 셈이다. 그래서 각료 인선 때는 실력보다 다선이면서도 각료 경험이 짧은 인사들이 대거 입각했다. 각료들 평균 나이가 66세로 최고령인데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달 30일 돈 문제로 경질된 구제 기미타카(久世公堯.71)금융재생위원장도 구제받은 케이스다. 정부쪽에서는 농수산성 정무차관이 유일한 경력으로 소속 파벌인 가토(加藤)파가 입각을 밀어붙였다.

당초 자치성 관료 출신인 그는 법무상을 희망했었다. 그러나 파벌간 나눠먹기식 인사로 낙점된 자리가 금융재생위원장이다.

전문 분야와 거리가 멀어 취임 때는 "어려운 자리를 강요받았다" "금융행정은 잘 모른다" 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구린내나는 그의 경력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개각 하마평이 나돌 때 벌써 미쓰비시(三菱)신탁은행의 편의 제공을 받았다는 괴문서가 모리 총리와 자민당 집행부로 우송됐다.

평소 자민당 및 자치성 관계자에게 "미쓰비시신탁은행을 잘 부탁한다" 고 해온 것도 익히 알려졌었다. 모리는 이를 알고도 입각을 시켰다.

"국회서 문제가 돼도 법적인 문제가 없는 만큼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는 것이었다. 각료를 철저히 파벌 안배로 해온 관행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금융 행정보다 특정인에 대한 감투 씌우기를 중시한 것이다.

무엇보다 구제의 '과거' 를 뻔히 알면서도 입각을 결정한 모리 총리는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그렇지 않아도 잇따른 실언으로 도마에 오른 마당에 터진 뒷북치기 경질극은 그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깨끗한 이미지로 모리의 후계로 거명돼 온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전 간사장도 타격을 받았다.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러난 오치 미치오(越智通雄)전 의원에 이어 금융재생위원장이 잇따라 중도 하차함으로써 일본 금융행정에 대한 신뢰도 크게 떨어졌다.

파벌의 나눠먹기 인사, '체화일소' (滯貨一掃)인사의 파장은 크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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