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설움 끝내자" 미국 부시호 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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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필라델피아=김진 특파원]미국 건국의 고향 필라델피아 시내에 있는 퍼스트 유니언 센터. 4년 전 2억1천만달러(약 2천3백억원)를 들여 지은 이 호화 건물은 21세기 필라델피아의 상징물이다.

31일 저녁(현지시간) 이곳에서 4만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미국 공화당의 '정권탈환 출정식' 이 막을 올린다.

주인공은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 8년 전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은 신예 빌 클린턴을 앞세운 민주당에 정권을 내줘야 했다.

가장 잘 조직된 문명사회라는 미국에서 펼쳐지는 역사적인 부자(父子)의 드라마, 공화당의 도전은 성공할 것인가.

4년마다 열리는 전당대회는 이번이 37차. 1차 대회도 1백44년 전 바로 이곳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의 캐치프레이즈는 '우리 다함께 미국의 목표를 새롭게' 다. '번영의 지속' 이라는 민주당의 외침에 대한 맞불인 셈이다.

11월 7일 있을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이 얻으려는 목표는 백악관 탈환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과반을 점령한 상.하원까지 수성(守城)해 21세기 공화당 정권의 철옹성을 구축하겠다는 것.

공화당 전국위의장은 짐 니컬슨(62). 베트남전 공수부대 출신 예비역 대령, 건축회사 사장, 밥 도울 전 대통령 후보의 선거운동원이라는 그의 경력에서 볼 수 있듯 그는 전형적인 공화당원이다. 그는 이렇게 외친다.

"1952년 이래 처음으로 우리 공화당은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차지할 기회를 다시 잡았다. 내년 1월 20일을 상상해 보라. 공화당 하원의장과 상원 원내총무, 주지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화당 대통령.부통령이 선서할 것이다. 앨 고어와 티퍼(고어 부인), 그리고 빌 클린턴과 힐러리는 2등석에서 그들을 올려다본다. "

공화당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부시의 리드에 잔뜩 고무돼 있다. 하지만 향후 선거쟁점이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에 유리한 것들이어서 불안감도 숨길 수 없다.

그래서 공화당은 어려운 변신도 감행하고 있다. 대회 첫날인 31일의 주제를 교육과 사회복지로 삼은 것이다.

전당대회 공동의장인 앤디 카드는 "전에는 교육이나 사회보장 같은 문제가 전당대회의 중심무대에 오른 적이 없다" 고 설명한다.

31일 저녁 해스터트 하원의장 겸 전당대회 종신의장이 개막을 선언하면 열살짜리 히스패닉계 소녀가 국가를 부르게 된다.

이것도 민주당쪽에 더 기울어져 있는 소수계를 겨냥한 것이다. 대회 첫날의 스타는 교사 출신인 부시 지사의 부인 로라와 걸프전의 영웅 콜린 파월이다. 이들은 교육.공동체.자원봉사를 역설할 예정이다.

이튿날의 주제는 안보. 9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밥 도울의 부인 엘리자베스와 예비선거때 부시의 라이벌이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연사다.

지난 6월 초 끝난 예비선거 및 당원대회(코커스)를 통해 선발된 2천66명의 대의원들은 대회 3일째인 8월 2일 부시 지사를 대통령후보로, 딕 체니 전 국방장관을 부통령후보로 각각 선출하는 투표를 실시한다. 대회는 8월 3일 부시 지사가 백악관 탈환을 선포하는 연설로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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