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신설하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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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문제 전담 기관은 1982년 설립된 한국여성개발원이다.

75년 세계 여성의 해를 맞아 무르익은 국제 분위기와 여성전담 기구 설치를 종용하는 유엔의 권고가 커지자 80년 코펜하겐 여성대회에서 한국 대표가 국가차원의 여성문제 전담기관 설립을 공표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당시 한국여성개발원은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기관으로서 복지부의 '국립부녀직업보도소' 와 '국립여성복지원' 의 기능을 흡수해 여성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전담하는 기구에 불과했다. 현재 여성개발원은 당시와 마찬가지로 연구기능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보다 더 발전된 형태의 여성기구는 88년 제6공화국 출범과 함께 설립된 정무 제2장관실이다. 정무 제2장관실은 여성개발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성정책을 총괄하는 최초의 독립된 정부기구라고 볼 수 있다.

정무 제2장관실에서는 여성발전기본법을 95년 제정.시행했으며, 여성기금을 만들어 운영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여성정책심의위원회와 여성개발원을 관장했으며 제7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여성개발부문 계획을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여성정책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아동.청소년과 문화.예술 분야 전체에 간여하는 부처로서 95년 이전까지는 완전한 여성문제 전담기구라고 불리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또 95년 이후 여성문제에만 주력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여성 전담기구를 표방하지는 않았다.

이른바 본격적인 여성전담 기구는 98년 3월 만들어진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다.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 사항으로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설립된 여성특위는 성차별 구제업무 및 대외협력 업무, 여성정책 집행업무 등을 수행해 왔다.

99년 7월에는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시행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정부 각 부처와 학교의 성희롱 예방교육, 여성정보화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직원 40여명의 초미니 부서로서 기본적인 여성정책 집행기능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늘어나고 있는 여성정책의 총괄과 조정기능을 수행할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게 됐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3일 김대중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여성부 신설에 대한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여성부 설립을 위한 준비작업이 진행돼 왔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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