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무역장벽 허물기 경쟁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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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새해 첫날부터 한국·인도의 FTA격인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과 중국·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FTA가 발효됐다.

한·인도 CEPA는 인도와 FTA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에, 중국·아세안 FTA는 아세안과의 기존 FTA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에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아세안과 맺은 FTA의 개방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 베트남 등 개별 국가와 FTA를 별도로 추진 중이다.

◆한·인도 CEPA=한국이 신흥 성장국인 브릭스(BRICs)와 처음으로 체결하는 FTA다. 한국이 인도에 수출하는 무선전화기·컴퓨터·팩시밀리·소가죽 등의 관세가 1일부터 사라졌다. 관세가 즉시 사라진 품목은 전체의 3.9%(220개), 수출액 기준으로는 38.4%(15억3800만 달러)다.

그러나 평균 12.5%인 자동차 부품의 관세는 8년에 걸쳐 조금씩 인하되므로 기대했던 만큼 실익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9월 한·인도 CEPA가 발효되면 ‘장기적으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2%(8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인도에서 수입하는 나프타·벤젠·적철광 등 품목 수 기준으로 60.6%(6824개), 수입액 기준으로 63.0%(12억4800만 달러)의 관세가 즉시 철폐됐다. 하지만 한·칠레 FTA 때의 와인처럼 실생활과 밀접한 소비재가 많지는 않다. 이른바 ‘생활형 FTA’가 아니어서 한국인이 실생활에서 CEPA의 영향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다만 컴퓨터 전문가·경영컨설턴트·영어보조교사·자연과학자 등 세계 2위의 인구대국 인도의 전문 인력이 국내에 대거 유입될 가능성은 있다.

◆중국·아세안 FTA=아세안과의 FTA는 중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FTA 중 최대 규모다. 1일 발효된 이 FTA로 양 지역 교역량의 90%에 달하는 7000여 수출입 품목의 관세가 면제된다. 중국과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브루나이·필리핀·싱가포르 등 6개국은 대부분의 제품에 대해 영세율이 적용되는 전면적인 FTA에 들어간다. 나머지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 등 4개국과는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15년부터 시행된다.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은 “중국·아세안 FTA로 양 지역의 교역량이 크게 증가하고 경제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며 “한국·일본 등과 FTA 협상을 적극 추진하는 등 FTA 지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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