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IT 낙후 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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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근 유럽에서 정보기술(IT)분야의 낙후성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물론 일부 분야에서는 아시아에도 뒤지고 있어 획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내용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4일 런던정치경제대 경영연구소의 존 매튜스 연구원과 서울대 조동성(趙東成.경영대)교수가 발표한 유럽 반도체 산업에 관한 보고서를 크게 보도했다.

보고서는 유럽이 IT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에서 아시아에 뒤진 데는 각국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의 경우 수십년동안 선진국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정부가 엄청난 열의와 일관성을 갖고 정책을 추진한 반면 유럽 각국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예컨대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삼성.현대.LG등 이른바 대기업 그룹을 중심으로 효율적인 기술향상 정책을 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경우에는 정부가 후원하는 대만반도체제조협회(TSMC)가 기술력 향상에 앞장섰으며, 산업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싱가포르는 다국적 기업을 적극 유치해 국내 산업의 기술력 향상을 이룩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영국의 경우 70년대 이후 정부가 방관하다시피 하는 바람에 오늘날 이렇다할 반도체 제조업체가 없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IT 기술력 강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며, 유럽은 이 교훈을 바로 아시아 3국에서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업계가 긴밀히 협의, 국가 산업발전 목표를 공유하며 함께 노력하는 것도 아시아에서 배워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 IT잡지인 '더 스탠다드' 도 최근 유럽이 IT에서 미국을 따라가려면 편협한 지역주의를 버리고 세계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익만 따지는 문화를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경제가 성장해도 유로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이면에는 유럽 각국이 국익을 따지다 결국 경제통합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이 잡지의 분석이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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