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특별기고

분단통사와 통일혈사를 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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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치 100년을 보내면서 너희들은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를 하늘과 역사는 우리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우리의 조상들이 나라를 잃은 연유는 무엇이며 나라 잃고 방황하던 그 슬픔을 후손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한 듯 태양은 오늘도 말없이 우리의 그림자를 밟고 있다.

광복 65년! 광복은 우리에게 자동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숱한 애국지사들의 피로 되찾은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보라고 찾아 온 것이다. 강대국의 신탁통치안(信託統治案)을 받아들이려는 북한 세력에 맞서 한사코 이를 저지하면서 독립과 함께 건국을 쟁취한 자랑스러운 역사도 결국 독립정신에 연유함을 일깨워 주는 의미로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2년 전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기념하면서 여야 정치인이 패가 갈려 제각각 기념식을 거행하였던 기억도 광복 65년은 되살려 주고 있다.

4·19 50년! 한국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진 시민혁명이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충분한 경험도, 이념적 배경도 갖추어 본 적이 없었지만 우리 국민이 가지고 있는 생래적(生來的) 자유 민권의식의 발로(發露)로 이루어진 혁명이었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으로 보면 신생 독립국가군(群) 모두를 비춰주는 횃불이었다. 3·1 독립정신과 자유민주주의를 이념으로 한 건국정신의 구현이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4·19 이념에 비추어 어떤 모습으로 있는가를 50년 세월은 묻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늘의 정치인들이 부끄러우면 부끄럽다고 솔직하게 고백해야 할 것이고 자랑스러우면 자랑스럽다고 힘차게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6·25 60년은 또 무엇인가? 전쟁의 상처가 시도 때도 없이 곪아 터지는 분단의 비극 60년이기도 하다. 북한은 어느 때 한 번도 남침으로 얼룩진 역사의 아픔에 대해 치유해 보고자 하는 인성(人性)을 보여 준 적이 없다. 핵무장을 하면서 간헐적(間歇的)인 도발은 물론 미사일 발사와 납치와 무고한 사람에 대한 살상을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도발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굳건하게 지켜온 60년이다. 그리고 폐허가 된 나라를 재건하고 남의 나라 원조가 아니면 한 끼의 끼니도 때울 수 없었던 나라에서 60년 만에 이제는 외국 국민에게 원조를 하는 나라로 성장하였다. 세계적으로 유일한 사례다. 이러한 때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역사는 요구하고 있다.

일찍이 백암(白巖) 박은식(朴殷植) 선생은 자기 한 몸 의지할 곳 없는 망명지에서 『한국통사(韓國痛史)』와 『독립운동지 혈사(獨立運動之 血史)』를 써서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우리에게 분단의 아픈 역사(痛史)와 통일의 혈사를 쓰라는 유언이나 다를 바 없는 저술이라 할 것이다.

너무나 무서운 역사의 명령이다. 이 명령을 어떻게 거부할 것인가?

김중위 고려대 초빙교수 전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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