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이건희 IOC위원의 활약 기대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7면

정부의 이건희 IOC위원 특별사면에 대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의 심정은 바로 이 한마디로 표현될 수 있다. 동계올림픽 개최를 꿈꾸는 강원도와 우리 체육계,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같은 생각일 것이다. 체육계를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서 어려운 결단을 내린 정부에 감사 드린다.

이건희 위원의 사면은 현재 정지 중인 IOC위원 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 2018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위해 좀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국가적인 대사를 성공시키기 위한 국익 차원의 결정이다.

세 번째 도전에 나선 평창은 독일 뮌헨과 프랑스 안시 등을 상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뮌헨은 독일의 대표적 문화도시 중 하나이며, 안시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20분 거리의 국제도시로 각종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다. 또한 독일과 프랑스에는 각각 3명과 2명의 IOC위원이 있다. 독일의 토마스 바흐 IOC위원은 차기 IOC위원장 후보로 거론될 만큼 IOC위원들에게 영향력이 크다. 올림픽의 유치는 IOC위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만큼 IOC위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올림픽 개최지는 시설과 환경, 준비사항, 그리고 IOC에서 제시하는 조건에 대한 이행 등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결정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IOC위원들의 표심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IOC위원이다. 더욱이 IOC윤리규정이 강화돼 IOC위원들을 접촉하기가 쉽지 않아 IOC위원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자발적으로 직무를 정지한 이건희 위원을 제외하고는 문대성 IOC위원 한 명뿐이다. 문 위원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선수 출신 IOC위원으로 선출돼 경력이 일천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사활을 건 우리나라로선 IOC위원에 오래 몸담고 있으면서 IOC 내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건희 위원과 1996년부터 올림픽 톱 스폰서인 삼성의 역할이 절실하다.

필자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 자격으로 여러 IOC위원들을 만나봤다. IOC 고위층을 비롯한 많은 IOC위원이 국제스포츠 발전에 공로가 많은 이 위원에 대한 사면이 한국 스포츠외교는 물론 국제 스포츠계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이건희 회장의 IOC위원 복귀가 곧바로 평창 유치 성공에 직결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건희 위원이 활동을 하고 안 하고는 천지 차이다. 당장 내년 2월에 열리는 캐나다 밴쿠버 IOC 총회에서 이건희 위원의 깊숙한 활동이 기대되는바,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전은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이다.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되는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 IOC총회까지 불과 일 년 반 정도가 남았다. 이 위원의 사면·복권을 계기로 평창유치위원회와 대한체육회(KOC), 이건희·문대성 두 IOC위원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유치활동과 정부의 지원, 그리고 온 국민의 뜻을 모아 반드시 2018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유치해야 할 것이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